4일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분단 후 첫 북한 교예단 공연을 유난히 흥분 속에 지켜본 이가 있었다. 한때를 풍미한 영화배우이자 배우 김진규의 아내, 장안의 세도가들이 몰렸다는 식당 주인이었던 NS21 대표 김보애(김보애ㆍ61)씨. 이제 그는 남북 대중음악제에 이어 평양교예단 공연(6월 4~10일 공연)까지 성사시키며 남북 문화교류 사업가로 전면에 나섰다. 평양교예단이 묵고 있는 워커힐 호텔에서 만난 김씨는 “10년 넘게 한 우물을 팠고 이제야 겨우 그 결실을 맺었다”며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떤 연고로 남북한 문화교류 사업을 하시게 됐는지요.

“10년 전 알고 지내던 영화인 한분이 남북 합작으로 ‘장길산’을 만들어 보자고 했습니다. 뉴욕에서 열린 남북 영화제 개최에 앞장섰던 분입니다. 당시 나는 삼성물산 에스에스 패션 대리점 대표를 하고 있어 삼성 사람들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계열사인 ‘드림박스’에 ‘장길산’ 얘기를 하고 조총련을 통해 북쪽하고 접촉하기 시작했지요. ”

―북쪽에 폭넓은 인맥이 없으면 일들이 쉽지 않을 텐데요.

“인맥이라기보다는 정이 많이 들었어요. 남북 가요제 일 때문에 베이징 갈 때 한번은 사정때문에 달러를 못 가지고 들어간 적이 있어요. 쩔쩔 매고 있는데 그 때 그쪽에서 위성중계료, 호텔 여비 등 9만여달러를 대신 내줬어요. 나중에 통일부 통해서 송금했지만요. ”

―남북 합작 영화제작 사업은 어떻게 되갑니까.

“남북이 같이 ‘아리랑’ 만들기로 이미 95년도에 다 계약 끝냈어요. 당시 정부가 가로막고 나서면서 잘 안됐지만요. 올 가을에 촬영 들어갈 겁니다. 주인공 ‘나운규’는 우리 막내 진근이가 해요. 여자 주인공은 북쪽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으로 해야지요. 감독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강제규 감독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평양 교예단 공연 사례가 현금과 텔레비전 등 현물을 포함, 총 60여억원인데 남는 장사입니까. 또 공연 티켓이 최고 15만원인데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100여명 규모 교예단을 한국에 초대한 게 의미가 크지요. 남는 건 없습니다. 이런 일로 돈 벌 생각은 없고, 이번에도 쏟아부은 금액의 30% 건지면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입장료는 세계 공연 기준으로 보면 비쌀 수도 있지만 교예단을 최고로 대접해 돌려보내기 위해 경비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

―북한 공연단을 초청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문화 상품도 북쪽에서 선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여러가지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임동진씨가 출연한 뮤지컬 ‘해상왕 장보고’ 같은 역사물을 가져가면 어떨까 생각중입니다. ”

인터뷰 내내 김씨 목에 걸린 휴대폰이 울려댔다. 정신없는 김씨 곁에서 딸 진아(배우)씨가 앉아 꼼꼼히 행사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었다. /글=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사진=조인원기자 iw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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