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월이면 현충일과 6·25를 전후하여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참전용사들의 위훈을 기린다. 오늘날 우리가 구가하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이 하나뿐인 생명을 조국의 제단에 바친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들의 희생 때문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추모와 경배의 마음은 일년 내내 가진다 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했던 과거사 청산과정에서 호국용사들의 거룩한 위훈마저 퇴색하게 한 현실은 호국용사들에게 엄청난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에 즈음하여 6·25 및 70만 월남참전용사들을 비롯한 600만여 향군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참전용사들의 위훈에 걸맞은 보상과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참전용사들에 대한 ‘참전군인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을 작년 12월 개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현재 마련 중인 시행령의 혜택 범위는 ‘생활보호법’과 ‘노인복지법’으로 이미 받고 있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6·25 참전용사 40만명은 거의 70세 이상의 고령자로서 많은 분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의 사망 전에 넉넉지는 못하나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구태여 다른 보상대상자와 우리 참전용사들과의 보상문제를 비교해서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사선(사선)을 넘고 조국을 지켰던 격에 맞는 보상과 지원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노환과 병고로 생계에 고통을 받고 있는 참전용사들에게 실질적인 보훈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영천·임실 향군(참전군인) 묘지도 국립묘지로 지정하여 호국성지화해 줄 것을 기대한다.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의 유해 발굴 노력도 계속 추진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포로나 실종자 구출뿐만 아니라 50여년이 지난 6·25전쟁 당시 북한지역에서 숨져간 참전용사들의 유해 발굴을 위해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투 중에 실종된 군인들의 생사가 확인될 때까지 그들에게 급료를 지급하고 진급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2만여명에 이르는 국군장병이 포로로 억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포로 송환 및 생사 확인 노력은 어느 정권에서도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끝으로 호국용사들의 위훈과 명예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성우회 등에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정과 관련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와 같이, 당시 폭동 진압에 참가했던 호국용사들이 무력충돌의 당사자로 평가되고, 6·25와 월남전 당시 전투과정상 불가피했던 주민 피해가 군의 양민학살로 호도되고, 불행했던 시대에 진압작전에 참여했던 장병들이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사회환경 속에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호국문화 정착은 요원하다.

선진국에서 호국용사들의 명예와 권익보호를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은 당사자나 가족들에 대한 보상과 예우차원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 대한 위훈과 명예 선양이 국가 위난 시 국민역량을 결집시키고,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바쳐 싸울 수 있는 용기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이상훈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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