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저작집, 피바다, 력사이야기, 조선말 대사전, 조선 료리(료리)….

대전의 한 서적상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각종 북한 서적을 대량으로 수집,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됐다.

‘대훈서적’ 김주팔(김주팔·59)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중국 ‘연변출판문화협회’를 통해 북한 서적을 수입하기 시작, 중구 선화동 대훈빌딩에 보관하고 있다.

김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북한 서적은 모두 3200종, 1만5600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 정치, 경제, 역사, 문학, 철학, 과학기술, 생활, 만화 등 온갖 분야가 다 망라돼 북한에 대한 실상 파악 및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북한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가 한글로 번역, 91년 출간한 총 400권 분량의 ‘리조실록’ 을 비롯, 팔만대장경 해제, 백두산 총서 등 학술적 가치가 높은 책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다만 아쉬운 것은 리조실록을 제외한 대부분의 책들은 아직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돼 있다는 점. 연구 목적으로 대충 둘러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구입 및 열람은 특수자료 취급 인가자에 한정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우리 국민의 수준이 북한 책을 봤다고 해서 사상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으리라고 봐요. 북한 서적이 많이 보급되고 연구가 활발해지면 남북간 동질성 회복과 통일 후의 부작용 감소에 기여한다고 믿습니다. ”

김 대표가 북한 서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91년부터 중국의 조선족이 한글로 발간하는 순수문학잡지‘천지’를 합본(합본)해서 출판해온 것이 계기가 됐다. 북한 내에서조차 한번 출판되면 책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고 없어진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김 대표는 북한 서적 수집을 결심하게 됐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북한 책을 계속 수집할 생각”이라며 “문학, 과학 등 특정 분야부터 북한 서적을 단계적으로 일반에 보급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042)254-7006

/임도혁기자 dh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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