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언론 매체들은 장길수군 가족 집단 망명 추진 사건을 주요 국제뉴스로 연속 보도하면서 중국·몽골·러시아 등에 숨어사는 다른 수많은 탈북자의 비참한 처지와 북한 송환 탈북자들이 당하는 박해도 함께 고발하고 있다. 특히 ‘탈북자’의 지위 문제를 다시 제기하며, 탈북자에 대한 근본적이면서도 제도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28일 길수군 가족 사건을 국제면 톱으로 상세히 보도하면서 “유엔과 중국이 그동안 피하려 해왔던 고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유엔 관계자들이 개인적으로 중국내 탈북자 중 일부는 정치적 난민 자격이 있을 것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길수군 가족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점 외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15만여명의 북한 주민들이 북한을 탈출, 중국의 북동부 접경지대에서 숨어 지내고 있으며, 한국 동포들은 중국 정부의 주기적 감시에도 그들에게 은거지와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하고 “이번 사건은 탈북자 문제에 열정을 보이는 한국민에게 감성적으로 지극히 예민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AFP통신은 28일 탈북자 실상을 전하는 기사에서 “지난 수년간 수십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기아와 탄압을 피해 북한을 탈출했다”며 “이들 대다수는 문화적으로 유사하고 조선족이 많이 사는 중국 북동부에서 새 삶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는 또 “탈북자의 규모를 한국 정부는 1만~3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한국 인권단체들은 2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BBC 방송도 26일 첫 보도 때부터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을 쓰며, 길수군 가족의 사례가 특별한 일과성 사례가 아닌 탈북자 대부분에 해당되는 사례임을 강조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7일 “그동안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중국이 외교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장군 가족 사건의 파장을 분석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27일 길수군 가족 사건과는 별도로 한 탈북자의 송환과 재탈북이라는 비극(비극)보다 비참한 스토리를 특집으로 꾸몄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와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1999년 처음 탈북했다가 러시아에서 체포돼 중국을 거쳐 북한에 송환됐던 일행 7명 가운데 재탈북에 성공해 26일 서울에 도착한 박충일(가명 김국철)씨 이야기를 박씨가 동남아 제3국에 있을 때 현지에서 인터뷰해 상세히 보도하면서 탈북자 현황을 소개했다. 박씨는 북한에 송환된 탈북자들이 북한당국으로부터 짐승보다 더한 대접을 받으며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실상을 폭로, 길수군 가족도 북으로 송환될 경우 북한 당국의 박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방증했다.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27일 “북한 주민들이 유엔에 난민 신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중국 정부가 이들을 한국에 넘겨줄지가 최대 관심”이라고 전했고, 아사히(朝日) 신문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측은 길수군 가족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할 경우 향후 탈북자들의 신청이 쇄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김연극기자 y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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