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인 ‘길수가족’ 7명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北京) 사무소에 뛰어든 사건을 계기로, 탈북자들의 실태에 대해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3국의 탈북자 실태

중국과 러시아 등을 떠도는 탈북자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UNHCR 베이징 사무소는 99년 2월 중국 내 탈북자 규모를 3만명으로 추정했으며, 우리 정부도 3만명이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 지원단체인 ‘좋은 벗들’은 중국 내 탈북자를 3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탈북자 실태를 조사해온 윤여상씨는 “중국에 10만명, 러시아에 2000명”이라고 각각 추산했다.

그러나 이들 중 극히 일부만 서울행 비행기를 탄다. 작년에 국내 입국한 탈북자는 312명이며, 금년에는 27일 현재 212명이다. 서울에 오는 루트는 중국에서 ‘위조여권’을 구입해 직접 들어오거나, 러시아와 동남아 등을 거쳐 들어오는 것 등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난민’으로 판정된 경우는 없고, 대부문 해당 국가의 비공개 협조를 받고 있다. ‘위조여권’ 구입 비용은 지난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400~500만원 하던 것이 요즘은 10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탈북자들은 친절한 조선족이나 한국의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은신처’를 만나면 다행이나, 그렇지 못한 경우 중국인들에 의해 ‘노예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 특히 적지 않은 탈북여성들은 중국인들에 의해 성노리개가 되거나 술집 등에 팔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정부의 지원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는 모두 받아들인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을 찾아간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도와줄 수 없다”는 말만 듣고 되돌아 나왔다. ‘길수가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직접 탈북자를 데려오는 일은 중국 정부가 반대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탈북자가 알아서 들어오되 제3국까지 가는 경우엔 정부가 물밑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에 들어오면 1인당 370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받으며, 가족일 경우 1명이 추가될 때마다 840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강제송환과 재탈북

중국정부는 북한과의 국경조약에 의해 탈북자들을 붙잡으면 무조건 북한으로 강제송환한다. 강제송환된 탈북자들은 출신 지역 보위부로 이송돼 조사받는다. 이 과정에서 각종 고문이 자행되며, ‘죄’를 인정하면 정치범수용소로 보내거나 ‘본보기’로 공개처형되기도 한다. 단순탈북인 경우 1주일 이상 노동을 하고 풀려난다. 석방 후에도 감시가 계속돼 다시 ‘죽음의 탈출’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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