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다가 다시 탈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박충일씨는 지난 99년 11월 7명의 탈북자와 함께 중국ㆍ러시아 국경에서 러시아 국경수비대에 체포된 뒤 같은해 12월 30일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다가 다시 탈출에 성공한 케이스다.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사무소에서 난민 인정과 한국망명을 요청해 놓고 있는 장길수군의 외할머니 김춘옥씨도 지난해 3월 중국 공안당국에 붙잡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으나 지난 5월 재탈출했다.

그외에도 남한에 이미 정착한 탈북자나 현재 중국 등 제3국에서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 중에는 여러차례 강제 북송됐다가 다시 탈출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자들이 재탈출에 성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보안기관의 감시기능이 약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일부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들어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됨에 따라 굶어죽는 사람이 생겨나고 먹을 것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 등 보안기관의 통제와 감시기능도 상당히 떨어져 재탈북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북한당국이 단순히 식량 등을 얻으려고 탈북했거나 탈북했다가 스스로 돌아오는 사람에 한해서는 `비판서'와 다시는 탈북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는 이른바 `훈계처리'로 처벌을 단순화한 것도 재탈북자가 늘어나는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북한 보안기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최근들어 보안기관 종사자들의 생활형편이 일반 주민들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김일성 주석 사후에는 이들 중에도 굶주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며 '계속되는 식량난이 정치범에 대한 감시마저 소홀히 할 만큼 보안기관 종사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한번 탈북했던 사람들에 대해 보안기관에서 특별히 감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탈북자들의 재탈출 성공률은 30% 정도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박충일씨의 병보석과 관련, '북한에서는 일단 정치범관리소(수용소)에 들어가 형을 마치기전에 병보석으로 석방되는 경우가 없다'면서 '중병을 앓는 등 살 가망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에 한해 예심기간에만 병보석으로 내보낸다'고 밝혔다.

그런만큼 '박씨도 예심기간중 조사를 받는 과정에 병보석으로 풀려났을 것'이라면서 흔한 일은 아니지만 '병보석 기간에 건강이 좋아지면 다시 판결에 따라 수용소나 노동교화소에 보내진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김춘옥씨가 재탈북에 성공한 것도 예심기간에 풀려났기 때문일 것'이라며 '수용소에서 탈출할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지만 일단 사회에 나온 주민을 감시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탈북할 수 있을 것'라고 추측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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