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가요를 정식 취입한 최초 남한 가수―. 여대생 가수 길정화(19)는 1일 ‘휘파람’ 등 북한 가요 7곡을 담은 데뷔 앨범 ‘통일소녀’를 냈다. 남북 분단 이후 북한 가요가 정식 음반으로 나온 건 처음. 음반은 방송 심의까지 통과했다. (본보 5월30일자 1면 보도)

“솔직히 어리둥절해요.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북한 노래로 데뷔하고, 이렇게 화제를 모을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 서울예대 연극과 2학년인 김양이 북한 가요 음반을 낸 것은 우연이었다. 어릴 적부터 가수를 꿈꾸던 그녀는 지난 1월 ‘KBS 전국노래자랑’에 나갔다. 또래 여대생으론 드물게 트로트 가요를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트로트광이었거든요.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은 빼놓치 않고 볼 정도예요. 옛날 노래는 물론이고 신곡도 다 할 줄 알아요. 노래방에서도 트로트만 부르니까 친구들이 ‘깬다’고 난리예요. ”

서울시스터즈의 ‘첫차’를 들고 나가 1등을 차지했다. 방송국 사람이 KBS ‘오늘은 토요일 자유선언’의 아마추어 가수 지망생 코너를 소개해줬다. 역시 우승했다. “제 나이에 트로트하는 게 재미있던지 오디션 제의를 받았어요. 그때도 북한 노래를 부를 줄은 몰랐죠. ”

김양은 데뷔 앨범에서 ‘휘파람’을 비롯, ‘녀성은 꽃이라네’ ‘내 이름 묻지 마세요’ ‘축배를 들자’ 등 북한 노래 7곡을 불렀다. 소리를 뒤집지 않는 대신 콧소리가 강한 북한 가수들 창법을 능청스레 구사했다. 반면, ‘행복’ ‘시간 속에서’ ‘상처’ 등 발라드풍 새 노래 3곡은 전혀 다르게 풋풋한 음색으로 불렀다.

“우리나라 트로트와 느낌이 비슷해요. 비음을 많이 쓰는 창법이 좀 힘들었지만, 트로트를 좋아해서 그런지 별로 낯설지 않았어요. ” 그녀는 “북한 노래라는 화제를 떠나 이젠 노래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글=권혁종기자

/사진=채승우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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