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주재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 사무소에서 지난 26일 이후 난민 지위와 망명을 요청중인 북한 주민 7명이 제3국으로 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국주재 UNHCR 콜린 미첼 대표는 27일 UNHCR 관리들이 난민 지위와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한 북한 주민 7명의 망명을 허용하기 위해 중국 관리들과 협의중이며 '우리는 (한국.북한.중국.UNHCR 등) 모든 당사자들이 받아들 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처음 공개해 이들 7명이 한국 이외 다른 국가로 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가진 외신기자 회견에서 북한 주민 7명이 북한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으나 한국으로 갈 수 있을지 여부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황장엽 북한 노동당 전 비서도 97년 망명시 한-중-북 줄다리기 협상끝에 3국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필리핀을 경유해 한국으로 갔다.

미첼 대표는 이들 가족이 지난해 한국에서 출판한 책이 북한정권을 비판하고 있으므로 이들은 망명하기에 적합한 '절박한 사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이번 사태가 인도적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제네바 UNHCR 본부를 통해서도 중국측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정부는 이들 북한 주민 7명을 한국이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중국 정부에 26, 27일 연 이틀간에 걸쳐 전달했다.

중국정부는 그러나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한다 해도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황장엽 사건때처럼 제3국으로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중국 소식통들이 밝혔다.

이들 7명은 26일 이후 이틀간 UNHCR측과 상담을 진행중이나 사람수가 많은데다 통역 등을 거쳐야 해 난민 지위 획득을 위한 사실 확인 작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UNHCR이 이들을 난민으로 판단해도 중국이 난민으로 확정하는 별도의 절차가 남아있어, 이들이 UNHCR를 떠나려면 앞으로 최소한 1주일, 길게는 1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정부는 중국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이들이 자유 의사에 따라 한국으로 오기를 바란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아직 사실을 더 알아야 보아야겠다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중국 소식통들은 밝혔다.

최성홍(崔成泓) 한국 외교통상부 차관은 27일 서울에서 이임인사차 예방한 우다웨이(武大偉) 한국주재 중국대사에게 '중국 정부가 신중한 가운데 인도주의 원칙에 입각해 UNHCR 사무실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의 자유 의사대로 정착지를 결정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들 일가족은 일본 오사카에 있는 북한 인권감시단체 RENK(`구하자! 북한민중 긴급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는 유엔으로부터 국제법상의 난민 지위 인정을 받고 대한민국으로의 무사 귀환이 보장될 때까지 현재의 위치를 떠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또 '우리 길수 가족은 개인 독재의 폭정 하에서 맹목적인 충성과 침묵만을 강요당하고 있는 2천만 북한 인민의 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영(洪淳瑛) 중국주재 한국대사는 27일 이와 관련, 한국이 중국측에 이들 7명에 대해 난민 지위를 인정하도록 조언중이라고 말하고 중국이 다음달 13일로 예정된 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있어 주변 여건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측도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들중 국제적으로 관심 대상이 됐거나 UNHCR이 난민으로 인정하면 1951년 서명한 '유엔난민협정'과 국제사회에서의 지도국가로서의 이미지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난민으로 확정하기로 최근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최근 탈북자들과 UNHCR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중국 소식통들이 밝혔다. 중국측은 그러나 대책회의에서 일반적인 탈북자들은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UNHCR의 불필요한 개입은 막아야 한다는 원칙은 재차 확인했다./베치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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