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27일 탈북 일가족의 베이징 시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농성을 보도하면서, 이와 별도로 한국에 있는 다른 탈북자 김국철(가명·23)씨의 증언을 대대적으로 게재했다.

르몽드는 제3면을 거의 전부 할애해서 ‘북한 강제수용소의 집단 처형과 굶주림’이란 제목의 김씨 증언 기사와 북한의 현황을 다룬 분석 기사 ‘황폐한 경제와 빈혈상태의 주민’이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르몽드의 김씨 인터뷰는 지난 23~24일 이뤄졌다.

김씨는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기아 사태를 회상하면서 “당시는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잘못 먹어 중독으로 죽고, 자살하고, 외국으로 탈출하거나 인육을 먹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는 줄잡아 1000명의 처형을 목격했는데, 그 중 15차례는 교수형이었고, 2 차례는 산 채로 화형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희생자의 95%는 죄가 없었습니다. 처형장에서 개들이 인육을 먹고 해골을 굴리는 것을 봤습니다. 모두들 똑같은 꼴을 당할까봐 한마디 말도 못했습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국제사회의 북한 원조에 대해 알맹이는 다른 데로 빠졌다면서 주민들은 ‘부스러기’만 봤을 뿐이라고 말했다. “남북한 정상 회담으로 일어났던 희망은 금세 다시 떨어졌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만약 있다면 단지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1998년 시베리아에서 붙잡혀 다시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송환됐다. 그는 지하 감옥에서 온갖 고문을 다 당하면서 8개월 동안 갇혀 있다가 할아버지와 대남사업 부서에서 일하는 고모 덕분에 풀려났다.

그는 올해 3월 정신병원에 수용됐다가 20일 만에 감시 소홀을 틈타 탈출했고, 중국을 거쳐 마지막 탈출에 성공했다.
/파리=박해현특파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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