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수군 가족 망명 요청 이틀째를 맞은 27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 사무소와 중국·한국·북한 등 4자간 물밑 교섭이 본격화하고 있다.

길수군 가족 처리 권한을 가진 중국 정부는 이날까지 구체적인 처리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측은 이날 중국과 UNHCR에 길수 가족의 난민 인정과 한국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들어가 있는 북한의 장길수군 가족들이 27일 건물 유리창을 통해 밖의 보도진들에게 손을 맞잡은 포즈를 취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북경=로이터


그러나 콜린 미첼(Colin Mitchell) UNHCR 베이징 사무소 대표는 27일 낮 언론 브리핑을 통해 “길수군 가족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전혀 생각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첼 대표는 또 “북한측과의 접촉은 아직까지 없다”면서, “중국 정부와는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35분쯤 북한 국기 배지를 단 북한 대사관원 2명이 대사 전용 차량(사133-001)을 타고, UNHCR 사무소가 있는 외교단지 건물 1층에 도착했으나 로비에서 기자들의 취재 공세를 받다가 되돌아갔다.

이들은 방문 목적을 밝히지 않았으나, UNHCR 사무소를 방문해 길수군 가족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거나 이들의 망명의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의도였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날 탕자쉬안 중국 외교부장과의 면담을 신청했으나 즉각적인 회답을 받지는 못했다. 한국대사관은 앞서 26일, UNHCR측에는 길수군 가족들의 신변보호를, 중국정부에는 이들에 대한 인도적 처리를 각각 요청했다.

한편 베이징 UNHCR 사무소에 진입해 망명을 요청한 7명과는 별도로 몽골로 탈출을 택한 정옥단(길수 외할아버지의 여동생)씨 등 3명은 지난 23일 중·몽골 국경을 통과, 몽골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운동본부’의 문국한 국장이 27일 공개했다.
/북경=지해범특파원 hbjee@chosun.com,
여시동특파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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