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89회 생일인 지난 4월 15일에 즈음해 김 주석의 서체를 `태양서체'로,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서체를 `백두산서체'로 각각 명명했다.

이들 글씨체의 특징은 정자체가 아닌 경사체(傾斜體)로 북한은 김 주석과 김 총비서가 경사체를 쓴 것에 대해 '서사(書事)생활에서 하나의 혁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훈민정음은 점, 세로획, 가로획, 비낀획, 둥근획이라는 다섯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지만 경사체는 가로획과 세로획을 쓰지 않고 점과 등근획 및 비낀획의 3가지 요소를 가지고 우리 글을 모두 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서체의 혁명'이라는 것이다.

평양미술대학 조선화 학부의 오광섭 서예강좌장은 재일본 조선인총련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최근호(6.20)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러한 주장을 한뒤 경사체가 이러한 사회적 약속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결국 `혁명'에 비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사체는 비낀획을 조금씩 각도를 조절하면서 글씨에 운동성과 생동성을 부여할 수 있는 필체'라고 소개했다.

김 주석이 글씨를 비스듬하게 씀에 따라 북한에서는 비교적 널리 쓰이던 정자체인 청봉체, 천리마체, 궁체, 물결체 외에 경사체인 `붉은기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오 강좌장은 경사체인 붉은기체가 쓰이는 상황에서 `태양서체'와 `백두산서체'라는 이름이 생긴 것은 '우리 민족서예가 그분들(김 주석과 김 총비서)의 필체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외에도 경사체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으로 가로쓰기가 일반화돼 있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북한에서는 김 주석이 1948년 내려쓰기를 하던 출판물의 편집을 가로쓰기로 하라는 조치를 취했으며 이에 따라 가로쓰기가 서서히 쓰이기 시작했다고 오 강좌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탈북자들은 북한 출판물의 가로쓰기가 60년대 후반에 정착됐다고 말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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