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중국주재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들어가 난민 지위 부여와 한국 망명을 요청중인 북한 주민 7명 문제에 대해 신중히 처리해달라고 중국정부에 26일 요청한 가운데, 이들 7명은 27일에도 UNHCR측과 상담을 진행중이나 난민 지위 인정을 위한 사실 확인 작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또 UNHCR가 난민으로 확인해도 중국이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별도의 절차가 남아있어, 이들 7명이 UNHCR를 떠나려면 앞으로 최소한 수일간에서 1주일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26일 밤 UNHCR내에서 식사를 하고 내부 숙소에서 잠을 잤으며 중국 공안이 밤에 기습해 체포할까를 크게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가족 7명은 27일 오전 현재 대체로 건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의 망명신청과 관련, 중국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이들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줄 것을 중국 외교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또 26일 탈북 주민 7명이 북한으로 강제로 송환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주제네바대표부를 통해 UNHCR 사무국에 전달했다.

제네바대표부는 이날 UNHCR 고위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중국정부가 인도적인 측면을 고려해 이들 북한 주민 7명의 신변을 신중하게 처리하도록 UNHCR가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탈북 주민들이 한국 망명을 바란다면 한국 정부가 이들의 신변을 인수할 의사가 있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제네바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UNHCR의 중국 주재 대표인 콜린 미첼은 26일 탈북 주민 7명의 신변을 처리하는데는 시간이 걸리며 현재로서는 언제 해결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미첼 대표는 '이들은 북한으로의 송환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UNHCR가 이들과 상담을 진행중이나 통역 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사실 파악이 늦어지고 있으며 중국 등과도 접촉해야 하기때문에 사태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UNHCR은 또 26일 제네바 주재 중국대표부 관계자를 불러 탈북 주민 7명의 처리 문제를 협의했다.

론 레드몽 수석대변인과 아시아담당 관계자는 중국대표부측과의 접촉사실을 확인했으나 중국측의 입장을 비롯한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시아담당 관계자는 '중국이 이번 탈북자의 신병처리가 중국내 다른 북한주민들의 난민요청에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그러한 측면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시인했다.

레드몽 대변인은 지난해 중국당국이 UNHCR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7명을 강제송환한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 사실이 있음을 상기하면서 '우리는 탈북자들이 강제송환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일가족은 26일 일본 오사카에 있는 북한 인권감시단체 RENK(`구하자! 북한민중 긴급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 독재 하에 있는 북한 인민의 오랜 침묵을 앞장서서 깨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탈북난민보호 유엔청원운동본부(본부장 김상철)도 이날 장길수군 등 이들 일가족 7명의 자유로운 진술과 거주 생활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우다웨이(武大偉) 주한 중국대사에게 발송했다.

청원운동본부는 이 요청서에서 '이들의 난민지위 인정 신청은 국제난민협약이 보장한 권리의 행사이므로 자유롭게 진술하고 관련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임시 신분증명서를 발급, 난민자격여부의 정식심사 절차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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