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 리더십의 핵심적 요체는 인민의 통일 단결에 있었으며 김일성의 권력 강화는 수령 체계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

최근 `들녘'사가 펴낸 `김일성 리더십 연구'(544쪽.값 25,000원)의 저자인 이태섭 교수(인제대 통일학부)는 우리의 반쪽인 북한 사회의 체제적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수령체계'의 성립 배경을 학문적으로 연구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진단했다.

이 교수는 '기존 연구의 대부분이 북한 수령 체계를 단순히 김일성 개인의 권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김일성의 권력 강화는 수령 체계 형성의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이며, 전체라기보다는 부분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즉 북한의 수령체계는 김일성 개인의 권력 의지에서 나왔기보다는 김일성이 사회주의 사회(경제)의 내적 모순을 극복하고자 했던 북한식 처방에서 생겨났다고 그는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북한 정치를 전공,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인 `북한의 집단주의적 발전 전략과 수령체계의 확립'을 대폭 수정, 보완하여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기존 연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한 책일 뿐만 아니라 북한 특히 반세기여 북한의 최고 권력자였던 김일성에 관한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역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저자는 1950-60년대의 `근로자'와 `김일성저작집'을 3번이상 통독하는등 북한 원전 속에 숨어있는 행간의 의미를 포착하기 위해 고심하는 등 그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당시 북한의 역사적 흐름을 포착하고 정치와 경제를 상호 연관 속에서 김일성 수령 체계를 치밀하게 분석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이 책의 특징중 하나는 북한 수령 체계의 성립 배경과 관련, 가장 중요한 요인을 정치적 요인으로 파악하면서도 그 사회 경제적 요인을 중심으로 수령체계의 성립 배경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정치 우위 사회인 북한에서 정치는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경제 역시 정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게 저자의 분석 결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50년대 중반과 60년대 중.후반에 북한에서 있은 두번의 경제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위기에 따른 사회 정치 갈등과 그 귀결점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수령 체계의 성립 배경과 그 성격을 다루고 있다.

그는 '북한의 수령 체계는 50-60년대 북한 경제 침체와 위기,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정치 갈등을 전 사회적인 집단주의와 전체 인민의 통일 단결로 극복해보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립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수령체계와 김정일 후계체계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수령체계를 김정일로의 부자 권력세습을 위한 것으로 설명하는 기존 대부분의 연구서와는 달리 김일성의 혁명위업 계승 즉 김일성의 사상과 노선과 업적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설명하고 있다.

즉 김정일 후계체계는 단순한 권력승계가 아니라 김일성의 혁명위업 계승이라는 목적있는 권력승계로, 수령체계는 바로 이것을 제도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그의 독특한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서방에서 `이상한 나라,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로 오인되어 온 북한 사회에 대한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고자 노력한 저자의 이 책은 50-60년대의 북한 경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수치나 정치경제학에서 사용하는 경제용어들이 자주 등장, 독자들에게는 다소 딱딱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끝가지 읽어가노라면 북한의 수령체계 배경과 그 과정 그리고 수령을 유일 중심으로 당과 대중의 집단주의적 통일 단결을 추구하는 북한체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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