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단독 정상회담과 관련 장관들이 배석한 확대 정상회담을 연이어 가졌다.

양국 정상은 지난 5월초 푸틴의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이루어진 미·러 정상회담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은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망(NMD) 구상에 관한 합의에 실패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들에 의한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이라크의 잠재적 미사일 공격에 대비, 알래스카에 미사일요격체제를 건설하겠다는 미국측 구상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그럴 경우 러시아는 미국과 맺은 모든 군비 축소 및 통제 협정을 파기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회담 소식통은 전했다.

양측은 또 체첸 문제에서도 이견을 보였다. 클린턴 대통령이 체첸의 인권상황과 러시아군의 과잉공격을 문제삼자, 푸틴 대통령은 “체첸 문제는 국제 테러확산 방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러시아 관리들은 전했다.

양국 관리들은 당초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주요 현안들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고,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만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

그나마 양국 정상은 양국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 중에서 각각 34t을 없애자는데 합의했다. 이는 특히 러시아 핵물질의 외부 유출 가능성에 비추어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양측은 또 미국의 NMD 구상에는 이견을 보였으나, 미사일 공격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 개선에는 협력키로 합의했다.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모스크바=황성준기자 s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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