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탈북자들은 지하 감방에서 북한 보안요원들에 의해 무자비한 고문을 당해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라고,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한 탈북자의 말을 인용, 24일 베이징(北京)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1월 중국 당국이 UN 난민기구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으로 강제송환한 7명 중 한 명인 박종일(23·이전 가명 김국철)씨가 또 다시 탈북에 성공, 태국 방콕에서 국제 인권단체들에 이같이 폭로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체중이 31㎏이나 빠지는 바람에 북한 당국이 영양실조로 곧 사망할 것으로 판단, 요양을 위해 석방하자 곧바로 중국으로 재탈북했다.

박씨는 강제송환을 당한 후 북한 보안요원들에 의해 지하 고문실(독방)로 옮겨졌으며, 그곳에서 7개월 동안 전등불 아래에서 쇠줄이나 가죽벨트·각목·전기봉 등으로 갖은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박씨는 또 “동료들간 적대감 조성을 위해 동료들이 나를 구타하도록 간수들이 명령했으며, 송환된 수감자들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도 자주 목격했다”고 인권단체들에 말했다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보도했다.

박씨를 비롯한 7명의 탈북자 북한 강제송환 문제는 지난해 1월 중국과 한국간의 외교문제로 비화된 바 있으며, UN난민고등판무관실(UNHCR)도 이례적으로 중국 정부를 공식적으로 비난했었다. 중국은 이들이 송환된 후 북한 당국에 의해 잘 대우받고 있다고 확인하기도 했으나, 이번 증언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도에 손상을 받게 됐다.

박씨는 “감방에서는 일체의 행동이나 발언이 허용되지 않았고, 감시 카메라에 의해 24시간 행동거지가 체크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다른 6명의 송환자들은 송환 초기부터 서로 격리돼 있어 생사조차 알 수 없다”면서 “나의 경우는 친척이 북한 노동당에 충성을 한 기록이 있어 그래도 나은 대우를 받은 편”이라고 증언했다. 박씨는 수주일 내 한국으로의 망명이 받아들여질 경우 한국 망명을 예정하고 있다.
/ 홍콩=이광회기자 santaf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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