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서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강제 납북돼 북한에서 억류생활을 하던 납북어부 이재근(이재근·62)씨가 북한을 탈출, 2년간 제3국에서 은신생활을 하고 있다가 월간조선(월간조선) 기자에게 발견돼 최근 우리 정부 측에 인계되었다. ▶관련기사 37·39면, 납북어부 명단 37면

납북 어부가 북한을 탈출, 본국 귀환 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우리 정부 발표에 포함돼 있지 않은 납북 억류자 7명을 최초로 공개한 것을 비롯, 모두 32명의 납북어부 인적사항에 대해 증언했다.

이씨는 저인망 어선인 봉산22호 선원으로서 70년 4월 29일 오전 2시쯤 연평도 근해에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납북됐다. 함께 납북된 봉산21호 선원을 포함한 27명 중 19명은 그 해 11월29일 어선과 함께 송환됐으나 이씨를 비롯한 8명의 어부는 북한 당국에 의해 강제 억류됐었다.

이씨는 98년 8월 말 북한을 탈출, 제3국에 위치한 우리 공관을 찾아가 수차에 걸쳐 귀국을 희망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자 은신 중 국내 북한 인권운동 단체에 구조를 요청했다. 월간조선 기자가 제3국에서 이씨를 만나 신원을 확인, 우리 정부 측에 알림으로써 이씨는 현재 안전하게 보호를 받고 있으며 곧 고향에 돌아올 예정이다.

정부는 제3국에 체재 중이던 이씨와, 함께 탈북한 아내 및 아들에게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확인하는 여행증명서를 발급했다. 이씨는 정부가 발표한 납북 억류자 454명 명단에도 포함돼 있다. 이씨는 “나처럼 간첩훈련을 받은 납북 어부들은 평생 동안 철저히 감시가 따라붙는데, 식량난이 닥치면서 감시 통제의 손길이 느슨해진 틈을 타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본적은 경남으로, 서울 모 고교 야간부를 중퇴하고 65년부터 어부로 일하던 중 서해상에서 납북 당했다. 그는 북한 억류생활 중이던 87년 노동당에 입당했으며, 북한에서 결혼, 아들 하나를 두었다.

/김용삼 월간조선기자 ys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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