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2일 이사회에서 금강산관광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900억원의 남북협력기금 대출을 요청하기로 결의했다. 관광공사는 간단한 서류작업을 거쳐 이번주 초 정식으로 대출 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관광공사는 동시에 900억원 규모의 금융권 대출도 추진할 방침이다. 관광공사 조홍규 사장은 『필요한 자금은 900억원이며,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면 금융권 대출은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3일 한국관광공사를 남북협력사업자로 선정했다. 따라서 관광공사는 납북협력기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법적인 자격을 일단 갖춘 상태다. 남북협력기금은 「경제협력사업 승인을 받은 남한 주민」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자」 「융자제외 대상에 속하지 아니하는 자」를 대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정부는 관광공사가 남북협력기금을 신청해 올 경우, 사업성과 사업의 성격 등에 대해 심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관광공사에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는 데 법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신청이 들어오면 지원 심사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협력기금의 최종 지원 여부는 통일부장관과 관계부처 차관들로 구성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가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협력기금 지원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야당이 금강산 관광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 민간기업인 현대아산에 국민세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국민여론도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남북협력기금이 91년 조성된 이후, 순수한 수익사업에 대한 지원은 작년 비앤씨무역이 아연괴를 반입할 때 5억원을 대출해준 것이 유일하다.

관광공사는 『기금 지원이 무산되면 금융권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관광공사는 금강산관광사업 투자 명목으로 대출을 신청하고,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은 관광공사와의 합작사업 명목으로 대출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미 지난 6월 중순부터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을 비롯, 몇몇 시중은행에 비공식적으로 자금 대출을 요청한 상태다. 관광공사 조홍규 사장은 『정확한 수익 모델을 갖춘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면 금융권 대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사업 내용과 시행 주체가 달라졌다고 하여 대북사업의 리스크(위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대출에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또 금강산 자금을 금융권이 떠안아야 한다면 국책은행이 먼저 지원해야 할 것이라는 게 시중은행들의 입장이다.
/ 선우정기자 jsunwoo@chosun.com
/ 장일현기자 ihj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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