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미 의회 외교 강화를 목표로 하는 민간 단체가 22일 워싱턴에서 발족했다.

한화그룹이 주도해 결성한 한미교류협회(Korea-U.S. Exchange Council)는 재벌이 대미외교 지원에 본격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현대와 삼성은 헤리티지 재단에 기금을 설치, 석좌 펠로우를 운영하거나 미 의회 보좌관들을 한국에 초청하는 행사 등을 지원해왔으나, 교류단체 결성은 드문 일이다.

이날 워싱턴에서 개최된 협회 이사회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초대 의장을 맡았다. 이사회는 김 회장과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전국무장관, 에드윈 퓰너(Edwin Feulner)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리차드 워커(Richard Walker) 전 주한대사, 박수길 전 UN대사 등 5명의 이사로 구성됐다.

김 회장은 “미국 의원들이 이스라엘이나 대만에는 많이 가면서 우리나라는 별로 찾지 않고 있어 민간 차원에서 나선 것”이라며 “21세기를 맞아 한미 관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보려는 게 협회의 설립 취지”라고 말했다. 키신저 박사도 “이 협회가 로비 단체는 아니지만 지난 수십년간 한국문제에 관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워싱턴에 각각 사무실을 개설한 협회는 앞으로 미국 의원과 보좌관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정기적인 세미나 개최와 자료 배포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미 의회의 이해를 높이는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첫 사업으로 오는 27일 톰 덜레이(Tom Delay) 하원 공화당 원내부총무를 비롯한 의원 5~6명을 서울로 초청하고, 11월에는 보좌관 10여명을 한국에 부를 예정이다.

김 회장은 지난 21일 만난 데니스 해스터트(Dennis Hastert) 하원의장(공화)이 협회의 활동 필요성에 공감하고 앞으로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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