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은 지금까지 북한선박 침범에 대해 해괴한 논리로 호도해 왔다. 북한상선들이 연일 우리 영해와 북방한계선을 휘젓고 다니는데도 비무장 선박에 대해 「발포」를 하면 전쟁위협이 있고, 전쟁위협이 발생하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자본이 빠져나가 우리 경제가 붕괴된다는 억지논리를 펴왔다. 이번 퇴격사건으로 그런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집권측이 정치적 목적 때문에 군의 소극대응을 유도하고서는 엉뚱한 논리를 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여당 대변인의 성명은 너무 속보인다. 전용학 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영해를 지키겠다는 군의 확고한 의지와 충분한 대응능력을 보여준 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어제까지만 해도 「발포」를 하면 전쟁위협이 있다고 하던 여당이 갑자기 「확고한 의지와 충분한 대응」이라니, 어제와 오늘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오늘은 마침 6·25 51주년 되는 날이다. 수많은 전몰 영령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이념적 혼란과 안보불안에 대해 지하에서도 편히 잠들기 어려울 것이다. 6·25를 맞아 북한이 우리의 안보의지를 시험하는 강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데도 우리 집권측은 모든 것을 「남북화해」에 맞추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의 적극적 조치는 군이 그동안의 비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안보는 여론에 좌우될 성질도 아니며 군의 확고한 의지와 실천력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조처하는 것이 국가안보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