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발발 51주년을 맞아 북한 각지에서는 미국을 규탄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리는 등 반미(反美) 분위기가 부쩍 고조되고 있다.

북한방송을 종합한 데 따르면 지난 21일 북한이 미군의 양민학살 현장으로 선전하고 있는 황남 신천군 일대와 나포된 푸에블로호가 전시돼 있는 대동강변에서 조선민주녀성동맹원들과 농업근로자동맹원들, 직업동맹원들의 미국 성토모임이 각각 개최된 것을 시작으로 각종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1만여명의 평양시 학생들도 22일 청년공원 야외극장에 모여 성토대회를 열었는가 하면 평양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 평남 북창화력발전련합기업소, 황북 수안군 수덕협동농장 등 각지 근로자들도 성토모임과 복수결의모임을 잇따라 진행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6.25전쟁을 '미제가 조선반도를 발판으로 하여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 감행한 범죄적인 침략전쟁'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을 `조선인민의 불구대천의 원쑤(원수)', `살인귀 미제', `침략과 전쟁의 원흉', `인류의 첫째가는 극악한 원쑤' 등으로 비난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6.25 관련 행사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볼 때 올해에는 비교적 큰 규모로 행사가 치러지는 것으로 보여진다.

행사 개최 뿐만 아니라 각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반미교양사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각지 주민들은 대동강변의 푸에블로호를 견학하고 '결사의 각오를 가지고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결의를 다지는가 하면 신천박물관을 찾아 '부모들의 원한을 풀기 전에는 절대로 이 손에서 총대를 놓을 수 없다'는 각오를 표명하고 있다.

계급교양관이 조성돼 있는 평양시 인민문화궁전에도 하루 평균 600∼1천여명의 시민들이 찾아와 반미 의식을 고취하는 것은 물론 사진전을 찾아 6.25전쟁을 되돌아보고 있다.

방송이나 신문 등 북한 언론매체들 역시 6.25전쟁 당시 자행됐다는 미국의 `만행'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마련, 참혹했던 실상을 되새기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1일부터 `신천은 고발한다'는 제목의 연재물을 시작으로 `민족적 자존심이 강한 인민은 불패이다', `용서없다' 등의 제목으로 논설과 사설을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이러한 반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6.25전쟁 발발 51주년이 되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겠지만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북ㆍ미 관계가 냉각국면에 접어든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21일 신천군에서 열렸던 농업근로자들의 복수결의모임에서 승상섭 농근맹 위원장이 '미제는 오늘 조ㆍ미 관계를 냉전시대로 되돌려 세우고 첨예한 힘의 대결로 우리 공화국을 압살해 보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6.25 51주년 관련 보도물 외에도 `미제는 조선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너절한 놀음을 걷어치워야 한다', `주제넘은 허튼 수작', `위험한 무력증강 책동' 등 논평ㆍ시사해설을 쏟아내면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對北)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6.25전쟁과 관련한 보도물에서 미국과 함께 남한을 싸잡아 매도해 왔던 예전의 행태에서 벗어나 아직까지는 남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어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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