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국방부에서 박정화 합동참모본부 해상작전과장이 이날 새벽 서해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한 어선 1척이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리덕훈기자 leedh@chosun.com

우리 해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을 경고사격으로 물러나게 한 것은 유엔군사령부의 교전규칙과 해군 작전예규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북한측 도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던 국방부와 합참은 오랜만에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다.

◆NLL 침범 및 경고사격 상황=백령도 레이더 기지에 북한 선박 1척의 NLL침범이 처음 포착된 것은 24일 새벽 2시50분쯤. 4시5분쯤 대청도에 있는 150t급 「참수리」 고속정 편대(3척)가 시계(視界) 200야드의 안개를 뚫고 현장에 접근해 뱃고동 소리와 발광(發光)으로 정선을 명령한 뒤 국적을 물었다. 갑판 승조원은 『접근하지 말라우』라고 대답, 북한 선박임이 확인됐다. 9t급 소형 목선으로 배에는 「ㄴ-함-7501」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고속정은 어선으로부터 80~90m쯤까지 접근, 정선을 명령했으나 북한 어선은 각목을 휘두르고, 횃불을 고속정 10m 앞에까지 던지는 등 위협 행동을 계속했다. 고속정은 사격 경고방송을 3차례 한 뒤 2함대사령관 정모 소장의 지시로 4시52분 발포를 시작했다.
5시쯤 북한 어선은 『기관시동 후 올라갈 테니 접근하지 말라』고 북상 의사를 밝힌 뒤 5시27분쯤 NLL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 이로써 2시간37분간의 상황은 종료됐다.

◆경고사격 배경과 북한의 의도=이날 경고사격은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비판을 받아가면서도 군은 영해 침범 북한선박에 대해 관대한 대응을 해왔다. 군 당국은 북한 어선이 정선명령에 불응하고 저항까지 했기 때문에 경고사격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영해를 침범한 북한 선박들은 우리 검문에 순응했으므로 발포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 군 주장이다.

군이 그동안 북한 상선 침범사실을 소극 대응해온 데 대해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은 점, 김동신(金東信) 장관 등이 『북한 선박이 NLL을 다시 침범할 경우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공언해온 점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합참은 북한 어선이 경고사격에 순응해 퇴각함에 따라 작전예규와 교전규칙에 의거, 어선을 나포하지는 않았다.

합참은 또 해군 작전사령부 작전예규에 따라 2함대사령관이 선(先)조치한 뒤 해군 작전사령관과 합참의장에게 후(後)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합참 지휘통제실에는 오전 4시36분쯤, 조영길(曺永吉) 합참의장에겐 5시16분쯤 각각 보고가 이뤄졌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이 북한 상선의 영해 및 NLL침범에 뒤이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무른」 대응을 계속해온 남한측의 반응을 다시 한번 떠보고 NLL 무력화 차원에서 또 다시 「저강도 도발」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庾龍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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