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문화재와 문화유적’은 1~2권은 고구려편, 3~4권 고려편, 그리고 마지막 5권 민속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전집은 본래 북한 학자들이 발간한 전체 20권으로 이루어진 ‘조선유적유물도감’으로, 중국 연변대학의 고적 연구소가 조선출판물 수출입사와 출판 계약한 것을 서울대 출반부가 양도받아 다섯권으로 재편집 영인한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고고학, 건축학, 민속학과 미술사학계에 필요한 책들이다.

특히 고구려편의 두권은 무덤의 구조뿐만 아니라 벽화를 연구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고구려 벽화고분은 어쩌면 그 기원이 멀리 미케네 문명의 널길(연도)이 있는 모줄임(말갈조정식)천장을 가진 원형의 석실봉토분인 솔로스(tholos)와도 연결 될런지 모른다.

그 구조는 석실(돌방)을 흙으로 덮은 원형 또는 방대형의 봉토분(봉토분)을 가진 것으로 석실은 단실, 2실(전실과 후실)과 3실의 세가지 형태가 있다. 현재까지 벽화분은 평양지방 43, 퉁구지방 20의 모두 63기가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고구려의 왕이나 극히 상류층에 제한된 특수무덤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고구려 20대 장수왕 15년(서기 427년) 평양으로 천도후 이장한 동명왕릉(평양시 역포구역 용산리 소재)과 1949년 발견 조사된 황해도 안악군 오국리 소재 안악 3호분(우리에겐 서기 357년 만들어진 동수묘로 더 잘 알려져 있다)을 비롯한 길림성 집안현의 장천 1호분과 다섯무덤(오회분)의 4,5호에 이르기까지 고구려 벽화분은 거의 망라되고 있다.

이들은 고구려인들의 생활상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그들의 종교관, 내세관과 우주관까지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1992년 8월24일 맺은 한-중 수교이후 집안현 소재 고구려 고분을 방문할 기회는 많아졌으나 고분 내부의 벽화 촬영이 거의 금지되어 있는 현금의 실정으로 볼 때 이 책의 가치는 거의 절대적이다. 그리고 여기에 실린 칼라 사진들의 색분해와 정교한 인쇄들은 외국에서 간행된 이와 유사한 전집류들에 조금도 손색없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3,4권은 개성시 개풍군 해선리 소재의 고려 태조현릉과 공민왕릉, 개성시 장풍군 원고리(현 방직동)의 현화사 7층석탑과 평안북도 구성시 소재 구주성을 비롯해 최근 새로이 발견된 여러가지의 고려자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고려시대에 관한 일말의 궁금증을 화보만으로도 풀 수 있게된 셈이다. 5권의 민속편도 마찬가지이다. 통일후의 문제가 될 민족의 동질성을 재차 확인해 볼 수 있다.

앞으로 북한도 우리의 창덕궁(비원 포함), 불국사-석굴암, 해인사 대장경판, 종묘, 화성 등과 마찬가지로 고구려 벽화고분을 세계문화유산의 하나로 등록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의 발간은 다시 한번 한민족 문화전통을 국내외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최몽룡·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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