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자씨 공연 계기로 '계몽 가요' 급속확산
‘눈물젖은 두만강’ ‘나그네 설움’ ‘홍도야 우지 마라’ ‘황성옛터’



일제강점기 민족의 애환과 울분을 달래며 애창됐던 ‘흘러간 옛 노래’가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활발히 불리고 있다.

북한은 이들 가요를 ‘계몽기가요’로 통칭하고 있는데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민족허무주의를 조장하는 퇴폐적인 노래로 지탄받으며 금지곡으로 분류됐던 이들 노래가 햇빛을 보게 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북한은 밝히고 있다.

김 위원장은 96년 12월 ‘건전한 유행가’는 비판적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며 그때까지 북한 내에서 암암리에 불려오던 계몽기가요에 대한 재평가를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음악가동맹의 주관 아래 계몽기가요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발굴, 고증작업이 이루어지고 주민들에게도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작업의 첫 결실로 98년 4월 평양음악무용대학 민족음악연구실이 계몽기가요 250곡을 발굴, 수록한 ‘계몽기가요 선곡집’을 펴냈으며 지난해 5월에는 문학예술종합출판사가 190곡을 실은 같은 이름의 노래집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이들 노래를 새롭게 인식하고 즐겨 부르게 된 것은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가수 김연자씨의 평양공연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제19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초청받아 평양을 방문한 김연자씨는 청년중앙회관에서 가진 공연에서 ‘꿈에 본 내고향’ ‘타향살이’ ‘나그네설움’ ‘황성옛터’ ‘홍도야 우지 마라’ 등을 불러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공연이 있은 후 북한 주민들 사이에 계몽기가요 바람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99년 7월 음악가동맹 중앙위원회 명의로 성명을 내고 남한에서 월북 작곡가·가수들의 계몽기 가요가 ‘도용’되고 있다며 사죄와 보상을 요구한 바 있다.

/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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