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북한상선의 영해침범 당시 군 수뇌부가 일제히 골프를 한 데다 침범 사실을 보고받은 이후의 사후 조치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군의 해이한 안보 태세가 쟁점화되고 있다. 이미 영해침범 대처와 관련, 김동신 국방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내기로 한 한나라당은 22일 군 수뇌부의 해임은 물론 처벌까지 요구했고, 국회 국방위 등에서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할 방침임을 밝혔다. 청와대와 민주당도 여론의 악화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으나 “인사조치는 신중해야 한다”며 뚜렷한 조치 방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22일 영해침범이란 비상상황에서도 군 수뇌부가 하던 골프를 계속 즐겼던 것과 관련, “현 정권의 총체적인 안보해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군 수뇌부의 해임과 처벌을 요구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국방임무를 ‘병정놀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공관을 군지휘통제소로 착각하고 있는 한심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초등학생도 놀다가 집에 일이 생기면 바로 귀가하는데 초등학생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졸병자격도 없다”는 표현도 썼다.

박세환 의원도 “군 수뇌부가 비상상황에 군지휘통제실로 복귀하지도 않고, 더구나 공관을 활용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사태를 안이하게 본 것이 결국 사전밀약설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배 사무총장은 “이 정권의 햇볕정책 효과가 북한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국방장관에서부터 3군총장에 이르기까지 군 내부의 안보무장해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국회에서 집중 추궁하는 한편, 곧 김동신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낼 방침이다.
/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 청와대와 민주당

청와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국군기무사령부에 진상조사를 시키는 등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후속조치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22일 “한 부분만 보고 감정적으로 흥분하기에는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라면서, 국민정서만을 고려한 감정적 대응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군의 수뇌부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과 군 장병의 사기 등 여러 가지를 고려,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참모는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면서 국민을 납득시킬 만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음을 호소했다.

민주당 전용학 대변인은 “골프를 한 것 자체를 비난하지는 않겠지만, 국가안보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우려를 할 수 있도록 행동한 데 대해 자성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삼남 국회 국방위 민주당 간사도 “합참의장이 골프하고, 합참 지휘소에 가지 않고 의장 공관에서 식사하며 지휘한 것은 상황인식이 느슨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명헌 의원은 “군 수뇌부 대응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며 “스스로 실수했고 모양이 좋지 않은 점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도록 당에서 촉구해달라”고 말했다.
/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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