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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아소] 산골 마을도 '육아'만은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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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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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많은 북한의 직장여성들도 '육아'(育兒)만은 수월한 편이다. 산후 휴가 3개월이 지나면 어머니들은 아이를 탁아소에 맡긴다. 직장에 나가지 않으면 직접 키우지만 친정이나 시가의 어른들에게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탁아소 제도에 관한 한 북한이 건국초기부터 대단한 심혈을 기울여 정착시켰다. 도시는 물론 산간벽지까지 탁아소를 설치해 전국에 유치원과 합쳐 6만여 개 소로 집계된다. 탁아소는 대부분 유치원과 함께 설치돼 있다.



큰 규모의 직장은 물론 웬만한 직장에도 탁아소가 있다. 의사나 영양사가 배치돼 있어 어머니들이 일일이 예방접종이나 영양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시설도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외국인들의 방문코스에 자주 포함되는 평양의 9·15탁아소, 강반석탁아소, 김정숙탁아소는 말할 것이 없다. 북한은 "제일 좋은 것은 어린이에게"라는 구호에 따라 고품질의 물품과 음식을 탁아소에 따로 공급해 왔다.

탁아소는 젖먹이반과 젖떼기반, 어린이반과 (유치원)준비반 네 단계로 나눠져 있다. 젖먹이반의 경우 어머니들이 하루에 네 번 정해진 시간에 젖을 먹이러 온다. 젖떼기는 생후 8개월부터 시작돼 첫돌이 지난 다음부터는 수유는 금지된다.

탁아소에서는 아이들이 "똑같아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집단주의" 원칙과 "공산주의적 인간형"을 기른다는 가치관에도 맞거니와 "통일성"이 얼마나 높은가는 다른 탁아소와 경쟁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같은 시간표에 따라 행동하고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은 기본이다. 똑 같은 표정과 동작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목표이므로 보육원 선생님들은 끝없는 반복을 통해 아이들이 "좀 더 비슷해지도록" 지도한다.

함흥 도시경영사업소의 탁아소에서 원장을 지냈던 이옥금(53)씨는 "아이들을 끝없이 타이르면서 반복학습을 통해 같아지게 만든다"고 말한다.

젖떼기가 끝나면 말배우기다. "김일성 대원수님 고맙습니다"는 빼놓을 수 없는 식전 기도같은 것이다. 이제는 "김정일 장군님"으로 바뀌었을 법 하다. 먹을 것이 주어지면 조건반사적으로 이 말을 복창하게 되는 것은 역시 "반복" 학습의 효과라고 한다.

탁아소 보육원은 한 사람당 20명 이상의 아이들을 맡아야 하므로 상당한 노동량을 감당해야 하는데도 인기없는 직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들은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쳐 일하게 된다. 갓난아이를 맡겨 놓은 어머니들은 아무래도 보육원에게 무엇이든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돼 짭잘하게 '먹을 알 있는'(실속있는) 직업이라고 한다. 부모들은 보육원의 부탁이라면 무엇보다 우선해서 풀어주게 된다는 것이다.

탁아소는 매일 맡기고 찾는 일(日)탁아소 말고도 주(週)탁아소, 월(月)탁아소, 계절탁아소까지 있다.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여성들은 젖떼기반이 끝난 아이들을 주탁아소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월요일 아침에 맡겨 토요일 오후에 찾아오는데 주중에는 면회가 금지돼 있어 아이나 부모나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고 한다. 그나마 어머니가 바빠서 오지 못하면 그냥 탁아소에 머물러 있게 된다. 아버지가 대신 찾으러 오는 광경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해외 장기공연을 하는 예술인의 경우 월탁아소나 계절탁아소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탁아소에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겼던 것도 사실상 옛말이 되고 있다. 93년부터는 더이상 우유를 공급하기 어려워 "사랑의 콩우유"운동을 제창하면서 두유를 공급하기도 했으나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은 이제 없다. 식량난의 가장 큰 피해자가 어린이들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 사회주의의 상징과도 같았던 "탁아소"의 현실은 또 하나의 좌절의 표현으로 보인다./김미영기자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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