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람들은 자신의 성분을 잘 모르고 산다. ‘3계층 51부류’로 돼 있다는 북한의 성분은 조선시대의 반상(班常)차별이나 인도 카스트와 같이 사회제도화돼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생의 중대한 시기에는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대개 대학입학때. 성분이 나쁘면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외국어대학 등 당간부나 외교관 등 통치계급으로 가는 관문은 일단 막힌다. 북한사회에서 푸대접받아온 북송 재일동포의 자제중에 의사나 과학자가 많은 것은 애초부터 성분 문제로 이과계를 택하기 때문이다.

결혼할 때 걸리는 경우도 있다. 당일꾼이나 보안원(경찰), 보위원(정보임무) 등은 반드시 상대방의 성분을 따져보고 결혼해야 한다. 결혼소식을 알리고 난 후 상사에게서 "그 여자와 결혼하려면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면 상대방의 성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조선노동당 입당과 승진때도 성분심사는 철저하다. 장성급으로 승진하려면 먼 친척중에 오점을 남긴 사람이 단 하나만 있어도 안 된다.

성분도 변한다. 출신성분과 사회성분이 결합돼 개인의 성분이 결정된다. 지주, 인텔리(지식인), 부호, 월남자 가족, 북송 재일교포 등은 출신성분상 가장 나쁜 부류에 속한다. 반대로 빈곤층, 국군이나 유엔군에 의한 피살자, 전사자, 항일빨치산, 대남공작원의 유가족은 가장 좋은 부류다. 광복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의 노동자는 최고 성분이지만 그 이후에 노동자라면 다시 나쁜 성분이다. 인텔리의 경우는 그 반대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전 주민의 평정서를 관리한다. 이것은 각 개인의 조직생활 등을 기재한 일종의 평생 생활기록부다. 친지중에 새로 과오를 범하는 사람이 나오면 ‘나’에게도 영향이 온다. 평양 사람들은 김정일 관련 "1호행사대상자"가 못 되면 자신의 성분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신분상승이 이뤄질 때도 있다. 특별히 국가에 공을 세웠을 경우다. 지주출신인데도 대남공작원의 아내가 됨으로써 입당할 수 있었던 예도 있다. 13년의 기나긴 군생활을 견디는 군인들은 대체로 입당을 목표로 한다. 그래도 성분에 걸려 탈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군에서 입당 누락으로 총기를 난사하거나 탈북해 버리는 사례도 왕왕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돈"이 가치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출신성분에 신경 쓰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외국연고자는 경계 대상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외국의 친척을 애써 찾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공화국’의 이념과는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북한의 성분도 어느덧 주민통제에 있어 효력을 잃어가는 것이다./김미영기자miyoung@chosun.com

주민성분 분류 및 대우

3계층

51개 부류

대 우

핵심계층
(핵심
군중)

노동자, 고농(머슴), 빈농, 사무원, 노동당원, 혁명유가족, 애국열사유가족, 8·15 이후 양성된 인텔리, 6·25 피살자 가족, 전사자 가족, 후방가족, 영예군인 등

-당·정·군 간부 등용
-타 계층과 분리, 특혜(진학, 승진, 배급, 거주, 진료)

동요계층
(기본
군중)

소·중 상인, 수공업인, 소공장주, 하층 접객업자, 중산층 접객업자, 무소속, 월남자 가족, 중농, 민족자본가, 귀환 재중동포, 귀환 재일동포, 8·15 이전 양성된 인텔리, 안일·부화·방탕한 자, 접대부 및 미신숭배자, 유학자 및 지방유지, 경제사범 등

-각종 하급간부 및 기술자 진출. 극소수만 핵심계층으로 승진
-충성심에 따라 핵심계층으로 승격 가능

적대계층
(복잡한 군중)

8·15 이후 전락노동자, 부농, 지주, 친일·친미주의자, 반동관료배, 천도교청우당원, 입북자, 기독교·불교·천주교 신자, 출당자, 철직자, 적기관 복무자, 체포자·투옥자 가족, 간첩관계자, 반당·반혁명 종파분자, 정치범, 민주당원, 자본가 등

-유해·중노동에 종사.
-진학·입당 봉쇄. 제재·감시·포섭 대상으로 분류.
-극소수 기본계층으로 재분류(자녀)


[자료: 통일부 2000년 북한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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