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북한 조선중앙TV는 보도를 통해 ‘남조선 컴퓨터민심보고서’라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약 8분에 걸쳐 방송했다. 방송은 ‘통일태양 삼천리를 비친다’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일 숭배분위기가 고양되는 가운데 남한에서 제작돼 인터넷을 통해 널리 보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자주통일’을 부르짖는 한국의 노동계 지도자와 ‘연방제’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한총련 대학생들의 활동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밖에 국내에서 발행되는 잡지, 대학가의 대자보, 방송화면 등의 자료에서 나온 ‘김정일영상’과 ‘태양’의 이미지를 혼합 편집해 ‘통일지도자 김정일’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북한에서는 쓰지 않는 ‘변형 샘물체’ 계열의 서체를 쓴 자막이나 발랄한 배경음악이 이채롭다. 남한가수가 부르는 ‘거리는 부른다. 환희에 빛나는’으로 시작되는 ‘감격시대’가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제작사라고 소개된 ‘하나컴퓨터’는 남한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회사로 알려졌다. 컴퓨터그래픽의 수준이나 남녀 나레이터의 어색한 서울말로 미루어 보아서도 남한 내에서 제작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김미영기자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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