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양국은 지난 21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감축문제는 `남북 기본합의서'에 따라 대처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의제의 하나로 내걸었던 재래식 군사력 감축문제를 남한 정부가 주도적으로 북한과 협상해 나갈 것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북ㆍ미 적대관계 해소→주한미군 철수→남북한 신뢰구축→군비축소 순으로 한반도 군축을 실현하자는 입장이어서 앞으로의 협상에서 주한미군문제에 관한 양측의 이견을 얼마만큼 좁혀 나가느냐가 협상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8일 담화에서 '우리의 상용무력은 미국과 그 동맹세력들의 심각한 위협에 대처하는 자위수단이며 최소한 남조선에서 미군이 물러가기 전에는 논의의 대상으로 조차 될 수 없다'며 미군철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군축을 하나의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는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 88년 11월 중앙인민위원회ㆍ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ㆍ정무원 연합회의에서 `포괄적 평화보장 대책'이 채택되면서 구체화됐다.

'포괄적 평화보장 대책'은 3단계 주한미군 철수와 3단계 군축 실현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미군철수 방안은 3년에 걸쳐 미군사령부 및 지상군의 부산ㆍ진해 계선(북위 35도30분 이남) 철수→지상군 완전철수→해ㆍ공군 완전철수 등의 3단계 수순을 거치는 것으로 요약된다.

남북한 병력 감축 역시 추진 이후 1년 내에 각각 40만명으로 감축하고 2년 내에 25만명 수준으로 줄이며 그 후 1년의 감축과정을 더 거쳐 4년째부터는 10만명 이하의 병력을 유지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는 김일성 주석이 지난 80년 10월 노동당 6차대회 보고에서 내놨던 `10만∼15만 병력 유지' 방안에 비해 한층 구체화됐으며 내용면에서도 진일보 한 것이다.

'포괄적 평화보장 대책'에는 또 핵ㆍ화학무기를 비롯한 특수무기를 남북한 병력감축 추진 1년 이내에 폐기할 것과 6개월 내에 민간군사조직을 해체하자는 주장도 담겨져 있다.

북한은 이러한 남북한 군축 방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 철수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의가 시작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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