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win-win) 전략에서 원-플러스(one-plus) 전략으로.”
미국의 방위전략이 10여년 만에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도널드 럼즈펠드(Donald Rumsfeld) 미 국방장관은 21일 상원 군사위원회 증언에서, 탈냉전 시대에 적용돼 왔던, 중동과 아시아 등 두 지역에서의 동시 전쟁도 모두 승리로 이끈다는 ‘윈-윈 전략’을 이제 폐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럼즈펠드는 사이버 테러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 테러, 탄도 미사일 위협 등 최근의 주요 환경 변화를 열거하며, 신 방위전략의 목표를 제시했다.

국방부 한 고위관리는 “윈-윈 전략은 사실상 폐기됐다”며 “미군이 1개 전쟁과 기타 소규모 군사작전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원-플러스 전략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럼즈펠드는 6~8주 후에 신 방위전략과 군 구조·운영 개편 내용을 담은 4개년 국방정책 보고서를 마무리, 부시(Bush)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 전략환경 변화
럼즈펠드는 21세기를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요약하고, 각종 기술의 발달과 개방 사회화로 불확실성과 위협이 증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컴퓨터 네트워크에 대한 사이버 공격, 국가가 아닌 개인이나 집단의 핵·생물·화학 무기를 사용한 테러 등을 과거와는 다른 위협의 사례로 들었다. 미사일 방어(MD) 계획의 대상인 불량배 국가들의 탄도 미사일 공격과 첨단 재래식 무기를 통한 재래식 전쟁 발발의 위험도 언급했다. 럼즈펠드는 1972년 5개국에 불과했던 핵무기 보유국가가 지금은 12개국으로, 탄도 미사일 보유국은 9개국에서 28개국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 전략 수정
럼스펠드는 윈-윈 전략은 걸프전 수행중에 한반도 전쟁이 발발할 경우를 고려한 과거의 전략이라며 새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새 전략은 “1개 전쟁 수행능력을 갖추면서 한편으로 다른 곳에서 적의 진격을 저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윈-윈 전략에서는 해외주둔 미군의 역할이 중시됐으나 신 전략에서는 장거리 기동능력과 해상 작전 능력이 강조될 것이라고 관리들은 말한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함상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럼스펠드는 현 미군이 부족한 예산으로 과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 군 구조 개편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논란과 문제점
탈냉전 시대에 대규모 전쟁 발발 가능성이 줄고, 제한된 예산으로 다양화된 위협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전략수정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윈-윈 전략을 포기할 경우 공군과 해군 전력이 상대적으로 중시되고, 육군 전력의 축소와 약화를 초래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1개 전쟁을 포기함으로써 우방과 동맹국의 안보 불안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김연극기자 y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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