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 문제와 관련,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에 따라 대처해 나가기로 하고, 북한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에 따라 재래식 군사력 분야에서 신뢰구축 조치를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에 강한 지지의 뜻과 함께 가능한 한 조기에 남북 국방장관회담이 열리기를 희망했다.

이는 지난 6일 부시 대통령의 대북대화 재개선언에도 불구, 강경기조를 고수했던 미국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한국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사실상 대부분 수용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21일 오전(한국시간 22일 새벽) 미 국방부에서 가진 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하고,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서 김 장관은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에 대해 '한미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미래 청사진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며 '지난 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재가동해 추진해 나가되, 한국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양국의 공동이익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이 지속적으로 주둔하는 게 필요하며 동북아의 안보환경 변화에 걸맞게 한미동맹의 발전방안을 찾아 나가자는데 합의했다.

특히 럼즈펠드 장관은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강력히 추진중인 `디펜스 리뷰'(국방정책 재검토)에도 불구, 주한미군 규모.배치 및 유사시 증원전력 전개 등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이와 함께 럼즈펠드 장관은 북한 상선의 한국 영해 침범 문제와 관련해 한국군의대응이 의연하고 지혜로우며 적절한 조치였다고 높게 평가했다.

지난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남북 불가침) 12조는 불가침의 이행과 보장을 위해 3개월안에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여기에서 대량살상무기의 공격능력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 및 검증 등 군사적 신뢰조성과 군축 실현을 위한 문제들을 협의.추진토록 명시하고 있다.

두 장관은 이와 함께 북한핵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기사찰 등 94년 미북 제네바 합의의 성공적 이행이 필요하고 검증가능한 조치를 포함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 남북대화와 미북대화가 상호보완적으로 진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미 양국간에 긴밀한 정책공조가 필수적이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양 장관은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이 계속되고 있는데 우려를 같이하고 강력한 한미연합방위태세와 군사대비태세가 남북의 화해.협력을 뒷받침하고,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의 군사력에 대처하는데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는데 공감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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