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홍규 한국관광공사 사장(왼쪽)이 20일 서울 관광공사 사옥에서 금강산 사업 참여를 발표한 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가 금강산 관광사업 참여를 선언함에 따라 최근 중단 일보직전 상태였던 금강산 관광사업이 다시 굴러가게 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관광공사 전체 지분의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정부가 금강산 사업에 뛰어든 셈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가 빚을 내 사업을 지속시키려는 것이어서 사업 자금 문제가 계속 쟁점이 될 전망이다.
◆ 사업 자금 어떻게 조달하나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이달 말까지 북한측에 지급해야 하는 2200만달러(290억원)의 관광대가 미납금 해결.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강산 사업의 리스크(Risk·위험요인)가 큰 데다 현대아산의 부채가 자산보다 많기 때문에 은행 융자를 받기 힘들 것”이라며 “운좋게 융자를 끌어내도 금리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대와 관광공사측은 금융권 대출보다는 정부의 남북교류협력기금 출연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민 혈세로 특정기업을 지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민간기업 1~2곳을 컨소시엄에 합류시키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관광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운영자금 조달도 문제이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은 관광공사측에 500억~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미납금을 완전 정산하고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는 육로관광 개시 전까지 발생하는 사업 적자를 보전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20일 “관광공사가 금강산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제주 중문골프장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의문시되는 사업 수익성 =근본적인 문제는 금강산 관광사업의 수익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금강산 관광객은 당초 예상됐던 연인원(50만명)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현대는 지난 8일 북한과 관광특구지정 및 육로관광에 합의함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 연간 100만명 정도가 금강산을 찾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비싼 여행경비와 군사분계선 통과에 따르는 복잡한 수속절차, 제한된 관광코스 등으로 인해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20일 “이르면 6개월 내로 임시 육로관광도로를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북한측이 공언했던 경의선 복원공사조차 감감무소식인 상황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라는 지적이다.
◆ 사업 참여 머뭇거리는 국내 기업들 =현재까지 금강산 관광사업 참여 의사를 공식 전달한 기업은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막내동생인 정상영씨가 회장으로 있는 금강고려화학이 유일하다. 금강산 관광 컨소시엄에 관심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기업들은 20일 대부분 “사업의 수익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못박았다.
대규모 콘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화그룹 관계자는 “오래 전에 현대아산의 요청을 받았지만 철저하게 수익성을 원칙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객 모집과 호텔운영에 참여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대백화점도 신중론을 펴고 있다.
민간 기업들 사이에는 금강산 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는 셈이다.
/ 송의달기자 edsong@chosun.com
/ 박순욱기자 sw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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