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참여키로 함에따라 2년7개월째 접어든 이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관광공사라는 사업파트너를 맞은 현대아산은 그동안 발목을 잡아온 재정문제에서 일단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북한이 육로관광, 관광.경제특구 지정을 약속한 데 이어 관광공사가 사업에 동참함에 따라 현대아산은 그동안 기획에만 머물러온 금강산 일대 개발을 본격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또 관광공사의 참여로 다른 민간기업의 금강산 관광사업 참여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자금 숨통 트인 현대아산 = 여행객의 지속적인 감소로 적자에 허덕이며 현금이 바닥난 현대아산은 지난 2월부터 북측에 대북지불금을 보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강산 관광사업도 파행을 겪어 왔다.

현대아산으로서는 이달 중순 정몽헌 회장 방북 협상에서 대북지불금을 현실화한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그동안 연체해 온 2200만달러 정리에는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현대아산은 내심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이나 정부의 직접 지원을 기대했으나 결국 관광공사의 사업 참여라는 해법을 찾아냈다.

관광공사가 기금을 갖고 직접 현대아산에 재정지원을 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관광공사가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더욱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현대아산과 관광공사는 또 필요할 경우 공동출자로 별도 법인을 신설,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에 현대아산은 보유 자산을 현물로 출자하고 관광공사가 현금을 대는 방법으로도 금강산 관광사업에 투입될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은 금융기관 기채 또는 관광공사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현금을 확보, 이달 안에 연체된 대북지불금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금강산 개발 본격화 전망 =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수익성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해상을 통해서만 왕래할 수밖에 없고 관광객이 현지에서 즐길 유흥거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때문에 육로관광 허용과 금강산 일대 관광.경제특구 지정을 집요하게 설득했고 마침내 북측으로부터 이에 대한 화답을 받아냈다.

현대아산은 이번에 관광공사를 사업파트너로 맞아 관광사업의 노하우와 함께 현금을 확보하게 된 것을 계기로 금강산 일대를 세계적 관광지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관광공사는 금강산 현지에서 면세점과 호텔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우선적으로 발을 들여놓을 것으로 보이며 현대아산은 컨소시엄 구성을 계기로 고성항(옛 장전항)에 상설 해수욕장과 청소년 캠프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대아산은 또 고성을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안도시처럼 개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며 그동안 `기획'에만 그쳤던 개발사업을 본격화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관광공사의 참여는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민간기업 사업참여도 활기 기대 = 현대아산이 육로관광과 관광.경제특구 지정에 합의, 금강산 관광사업의 수익성이 기대되자 금강고려화학이 골프장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오는 등 민간기업의 조심스런 투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관광공사의 컨소시엄 참여는 조심스럽게 사업 타당성을 점검해온 민간기업에 `금강산 관광사업이 충분히 돈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사업 참여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상담실을 개설, 금강산 관광사업 참여 희망업체를 끌어들이고 있는 현대아산도 이같은 점을 노려 관광공사에 끊임없이 `구애의 손길'을 뻗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대기업들은 계산할 것이 많은지 아직도 조심스런 편'이라며 '그러나 관광공사의 사업참여를 계기로 관심있는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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