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린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평가가 궁극적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들은 “김정일의 발언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북한의 고위 관리들은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대해서는 공개적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이를 북한경제에 그대로 수용하는 데 있어서는 부정적 입장이었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도 김정일이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해 평가했으나, ‘우리는 중국과 사정이 다르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중국식’이 있고, 북한은 ‘북한식’으로 한다는 의미이다.

중국 정부가 북한에 수차례 “중국식 개혁·개방만이 살 길”이라고 조언했으나,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일이 이번에 “중국의 경제를 인정한다”고 한 것은 최소한 과거와 달리 중국의 경제방식을 백안시(백안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평가했다.

통일부 당국자들도 “김정일이 중국의 개혁·개방에 지지를 표시했다면 이는 북한도 그런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김정일의 발언만으로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갈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란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김정일의 평가가 북한의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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