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강산 육로관광 사업에 대한 남북간의 원칙적인 합의에도 불구, 현재 답보상태에 있는 경의선 공사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한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개방문제와 관련한 북한과의 실무협상에 임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북한은 지난 2월 경의선 철도 및 도로공사와 관련된 「DMZ 공동규칙」에 합의해 놓고도 국방장관 서명과 발효를 미루고 있고 공사에도 진척이 없다』며 『이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금강산 지역 DMZ 개방문제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통일부는 부처간 의견조율을 거쳐 이 같은 방침을 정했으며, 조만간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에서 이를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경의선 공사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금강산 지역 DMZ 개방문제를 논의할 경우 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상선·화물선의 영해 및 NLL침범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군이 금강산 DMZ 개방 논의를 서두른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경의선 공사의 경우, 우리 측은 지난해 말까지 DMZ 외곽지역에 대해 지뢰제거 공사를 모두 마치고 올 들어 노반공사를 활발히 벌이고 있는 반면, 북측은 지난해 9월 3000여명의 병력과 장비 100여대를 공사지역에 배치했으나 공사가 거의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엔 일부 병력과 장비를 빼내 경지정리 작업에 투입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 지난 2월 DMZ 내 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공사에 필요한 41개항에 합의해 놓고도 우리 주적 개념을 내세워 국방장관 서명과 발효를 미루고 있다.

유엔사도 최근 금강산 육로개방 계획에 대해 『경의선 문제도 진전이 없는데 금강산쪽을 또 개방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DMZ는 유엔사 관할이므로 이를 개방하려면 유엔사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우리 측은 지난해 말 유엔사와 협의를 거쳐 「경의선 도로 및 철도 공사 지역 DMZ관리권」을 넘겨 받았다.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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