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선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이 국가적 쟁점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방부가 NLL 관련 규정과 범위 등을 종합검토키로 한 것은 적절한 처사가 아니다.

그것은 북한의 의도에 우리가 스스로 말려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 상선의 침범은 북한이 그동안 끊임없이 시도해온 NLL무력화를 위한 계산된 도발이다.

겉으로는 항로단축을 위한 것이라 핑계대고 있지만 우리 해군과의 교신내용이나,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침범의 양상을 보면 그 점을 충분히 간파할 수 있다. 그것도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김대중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음직 하다.

국방당국의 설명처럼 서해42.5마일, 동해 218마일이나 되는 NLL을 사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NLL선상에서의 우리 군(軍) 작전 예규와 교전 규칙, 작전 범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북한 상선의 제주 북쪽 영해 침범 이후 북한에 대해 아무런 잘못도 따지지 않고 합당한 절차도 거침이 없이「사전에 연락만 하면 무해통항권」을 인정하겠다고 한 정부 당국의 발상이나, 북한 상선의 잇단 NLL침범에 대해 합당한 조치는 도외시한채 「종합적인 검토」부터 하겠다는 군당국의 발상은 국가로서의 초보적인 자존의식도 잊은 소치이며 국가 주권을 몰각한 처사다.

NLL과 관련해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정전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관할하는 NLL수역을 절대사수구역과 경비구역, 공해권 개념으로 나눠 공해권 해역에 들어오는 상선에 대해서는 「침범」이 아니 「통과」로 인정하겠다니, 한심할 정도로 안이한 대처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동해 50마일까지를 군사경계수역으로 정해 외국 군용 선박과 항공기 활동을 금지하고 민간 선박에 대해서는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는 「사전승인도 없이 무조건 통과」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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