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코스의 관문인 북한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장전항에는 6층짜리 해상 호텔이 있다.

금강산 관광을 주관해 온 현대측이 운영해온 ‘해금강’ 호텔이다. 160개에 이르는 객실, 창문을 통해 금강산 천불산을 바라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현대측은 자랑해왔다.

이 호텔이 지난 16일 오후 ‘마지막 손님들’을 떠나보냈다.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진행된 6·15 남북공동선언 1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한 남측 각계 인사 420여명 중 170명이 이 호텔에 묵었다가 떠난 것이다.

‘마지막 손님들’이 묵고 있는 동안 호텔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1층 커피숍과 레스토랑, 2층 기념품점의 전등불은 모두 꺼져 있었고, 직원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한 호텔 직원은 “외국인을 포함, 50~60명에 달하던 직원들 중 남아 있는 사람은 10명도 안된다”면서 “이들도 17일이면 모두 철수한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금강산 관광의 명소가 될 것이라며 현대가 싱가포르에서 들여온 이 해상호텔은 현대상선측이 사실상 금강산 해상관광사업을 포기해 다른 사업자를 찾거나 해외에 매각돼야 하는 신세가 됐다.

호텔 직원들은 이미 일주일전 철수 방침을 전달받았지만, 남측 토론회 참석자들을 위해 최소 인원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16일 호텔을 떠나는 손님들에게 손을 흔들던 한 여직원은 “호텔이 문을 닫게 돼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면서 “육로가 트이면 다시 영업을 할 수 있을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6·15 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을 위해, 금강산을 찾은 남측 각계 인사들을 마지막으로 ‘기약없는’ 영업정지에 들어간 해금강을 나서며, 2년반전 첫 금강호를 금강산으로 떠나보낼 때 벌였던 거창한 세리머니들이 떠올라 씁쓸했다.
/금강산=장일현 정치부기자 ihj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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