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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 미·일·중·러 전문가 릴레이 기고 (2) 천릿길 첫걸음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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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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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이 곧 평양에서 거행된다. 이번 회담은 현실적 의의는 물론 심원한 역사적 의의를 갖고 있다.

2차 대전 종전 후 한반도는 남북 분열로 대립한 지 반세기가 넘었다. 그럼에도 남북 정상회담은 실현되지 못했다. 1998년초 김대중 정부 출범 후, 한국은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북한을 동반자로 보고 평화와 화해를 향한 포용 정책을 추진했다. 이런 노력은 마침내 북측의 이해와 응답을 얻어냈다. 반세기 동안 적대시하던 남북한 최고 정상이 마침내 회담장 탁자 앞으로 달려와 손을 맞잡고 반갑게 대화하게 됐다. 이는 한민족이 대항에서 화해로, 분열에서 통일로 가는 역사적인 발걸음이다. 주룽지(주용기) 중국 총리의 말대로, “남북 정상회담이 어느 정도 성공과 발전을 거둘 지는 차치하고, 만남 그 자체가 거대한 성공이자 거대한 진전”인 것이다.

남북이 모두 이기는(윈·윈) 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은 다섯가지 의미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첫째, 이번 회담은 남북한 국민이 기대해온 민족 화해에 기여할 것이다. 이번 만남의 주요 목적은 경제 합작과 영속적 평화, 이산 가족 만남 실현, 남북간 상설 합작기구 설립 등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양측의 현실적 요구에 부합할 뿐 아니라, 남북한의 장기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

둘째, 남북한 경제는 상호 보완성이 강하기 때문에, 쌍방이 무역과 경제합작을 전개하면 한국에 커다란 경제적 기회를 가져다 주고 경제 구조조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북한도 경제난에서 벗어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양측의 경제 합작 규모와 영역이 부단히 확대되면 남북한 간에는 장차 상호 신뢰와 공동 발전 관계가 형성, 경제 의존 관계로 나아갈 것이다. 이런 관계는 한반도 냉전 상황을 종식시키고 평화 공존을 실현, 통일로 가는 경제와 사상적 기초를 놓게 될 것이다.

셋째, 회담은 동북아는 물론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오랜 기간 한반도에선 자주 군사 충돌이 발생, 동북아의 화약고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2년간 미·일·한 3국은 군사 합작이 커다란 진전을 이룩, 북한에 대항하는 3각 군사 합작체제를 형성해 역내 군사균형을 깨뜨렸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북한 위협론’을 빌미로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를 공동 연구 개발, 역내 전략적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는 장차 한반도와 동북아의 새로운 군비 경쟁으로 이어져, 동북아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조성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면, 동북아와 아태 평화와 안정을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넷째, 회담은 남북한이 한반도의 일을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북한의 국제 지위를 높이고 일본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의 관건으로, 강거목장(강거목장ㆍ하나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된다)의 작용을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한국을 넘어 미국과만 회담하려 했다. 그 결과 한반도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이 한반도 문제의 진정한 당사자는 미국이 아니라 남북 쌍방이라는 인식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남북한이 서로 승인하고 존중하며 이해하고 양보하는 것만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북한의 이같은 변화는 남북한이 자주적이고 평화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 조건이 될 것이다.

다섯째, 회담은 분단국 통일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분단국 중 베트남은 전쟁을 통해 국가를 통일했고, 독일은 흡수통일 방식으로 통일했다. 중국은 ‘일국양제(일국양제)’ 방식으로 대만(대만)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일찍이 통일을 추구함에 있어 무력사용을 용납하지 않고, 흡수통일을 하지 않으며, 남북 화해와 합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평화 공존과 평화 교류, 공동 발전은 평화 통일의 여건을 조성하게 된다. 이번 회담은 이러한 독특한 통일 방식의 실현 여부를 탐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반도가 분열 대치한 지 반세기가 넘었다. 양측에는 미해결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며, 하루 아침에 이를 해결하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한국과 국제사회가 이번 회담에 지나친 기대를 거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중국은 외교 문제 처리에서 ‘큰 공통점을 찾고, 작은 차이점은 놔둔다(구대동, 존소이)’는 원칙을 갖고있다. 남북한간에는 ‘구대동, 존소이’는 어렵고, ‘구대동, 존대이’만이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남북한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만만래)’가 아닌가 싶다.

고려 왕조 이래 1000년간 한반도는 통일된 단일 민족 국가였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한은 사회 제도와 의식 형태 그리고 당파와 개인 이해 관계를 초월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리=지해범기자 hbjee@chosun.com

◈ 진용산

1958~64년 북경대학 동방 언어학과 조선어 전공

1979~84년 북한 김일성 종합 대학 경제학부 유학

1990~현재 길림성 동북아 연구 센터 비서장 겸 소장

현재 ‘동북아 연구’ 잡지 편집인 겸 길림성 조선 한국 연구회 회장. 중국 아시아 태평양 학회 이사. 길림성 사회 과학원 학술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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