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연평해전 2년] NLL 수렁에 빠진 軍

「6·15」는 「연평 해전」기념일이다. 2년전 이날 우리 해군은 서해안 NLL(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하하던 북한 해군을 압도적인 전력으로 차단, 격퇴시켰다. 그러나 2년 뒤 이날 우리 군내에서조차 연평해전은 빛바랜 「사진」같이 퇴색한 듯하다. 최근 북한 선박들의 잇따른 영해 및 NLL 침범에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그때 그 기백은 어디로 사라졌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이를 비웃듯 북한선박은 13·14일 계속 우리 NLL 지역을 침범, 유유히 항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NLL 딜레마」에 빠진 우리 군은 고개숙인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



◆ 저강도 도발 계속 =북한은 지난 2일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우리 영해를, 4일부터 총 7차례에 걸쳐 NLL을 각각 침범했다. 그러나 우리 군당국은 국제법상 무해통항권 남북화해무드 등 정치적 고려 침범이 아니라 사실상 작전지역을 벗어난 「통과」라는 등의 이유로 소극적 대응만을 일삼았다.

허남성 국방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제주해협 통항과 NLL무력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우리 군을 흔들어 놓는 등 다목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막힌 카드를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 군의 속사정과 불만 =이미 군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와중에서 군 내부도 수뇌부나 정부에 대한 불만이 내연되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바로 이런 상황이 북한이 의도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해군 일선 지휘관들은 『북한선박이 계속 불응하면 제지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상급부대에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효한 제지방법 중 하나가 경고사격인데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에서 발포하지 말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같은 군의 소극적 대응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했다』고 도리어 칭찬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김 대통령의 지시는 사실상 군에게 총을 쏘지 말라고 한 것인데 우리가 어떻게 통수권자의 명령을 어길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청와대만 쳐다볼 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판국이다.

◆ 어떻게 해결하나 =이렇게 북한선박이 제 집 드나들듯 우리 바다를 침범하고 군이 이를 방관할 바에는 차라리 NLL을 없애버리자는 과격한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천용택 국회 국방위원장도 14일 『NLL이 과연 지금 우리 능력과 현실에 맞게 설정돼 있는가에 대해 검토해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강영철 전 해사교수(국제법)는 『세계적으로 우리처럼 휴전상태가 오래 지속된 상황이 없기 때문에 국제법보다는 우리 특수상황을 중시해야 한다』면서 『우리 선박이 북한에 들어갈 경우 사전허가를 받았던 것처럼 북한도 우리에게 사전협의를 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일부 군인들은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 『우리도 민간선박을 동원, 북한 수역으로 항해시키면서 북한 반응을 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의 경계·경비 등 일상적 업무조치마저 권부의 입김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스템으론 국민으로부터 박수받을 수 있는 군이 되긴 어렵다는 주장이 많다.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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