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양 여운형 선생의 딸이자 북한 조국전선 중앙위원회 의장인 여원구(呂鴛九.73)씨가 15일 금강산에서 열린 민족통일대토론회에 참석중 친척과 자신을 아는 남측 인사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여 의장이 이날 토론회 도중 휴식시간에 만난 친척은 10촌 동생인 여익구(55.민주국민당 종로지구당 위원장)씨.

지난 46년 18살때 월북하기전 어린 익구씨를 자주 봤다는 여 의장은 '익구야 너 왜 인제 왔니'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반면 사진을 통해 얼굴을 봤을 뿐 여 의장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익구씨는 여 의장이 다른 친척들의 이름을 불러대며 '왜 다른 이들은 함께 오지 않았느냐'고 힐난하듯 말하자 그제야 뜻하지 않은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을 느끼는 듯 했다.

익구씨는 '지난 91년 11월 연구 누님이 서울에 왔을 때에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감옥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만나지 못했다'며 '여기서 원구 누님을 보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여 의장은 다소 쑥스러워하는 익구씨에게 자신의 친조카뻘이라는 여인오씨와 여명구(65)씨의 소식을 물어가며 '왜 안오나 명구는 데려오지 않았느냐, 빨리 통일하자, 꼭 통일해야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 의장과 익구씨의 뜻하지 않은 이산상봉은 이런저런 연유로 여 의장을 만나보길 원하는 이들이 여 의장에게 인사를 청하는 바람에 방해(?)받기도 했다.

여 의장의 오빠 여홍구씨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문석(69.통일민주협의회 회장)씨는 여 의장의 두 손을 붙잡고 '여홍구씨는 4.19 후에도 남쪽에서 정치 발전에 기여했다'며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를 추억하는 표정이었다.

4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제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신창균(93.범민련 남측본부 명예의장)씨도 '연석회의가 열렸을 때 여연구씨가 참석했던 기억이 난다'며 '오늘 그 동생을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금강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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