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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조명철] 남북관계 뭐가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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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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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오늘을 생각해 본다. 북한에 살다가 남한으로 넘어 온 필자로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으로 가기 전날의 설레임은 단순한 설레임 이상의 흥분과 감격이었다. 그리고 하루 뒤, 우리는 분단 반세기만에 남북한 지도자가 북녁 땅 공항에서 서로 얼싸안고 반목과 갈등, 증오와 비난의 세월을 뒤로하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가자고 약속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그로부터 꼭 1년이 흘렀다. 그날 우리가 느꼈던 가슴 벅찬 감격은 얼마나 ‘만질 수 있는 성과’로 만들어졌을까. 환호와 갈채의 가신 무대 뒷켠에 쭈그리고 앉자 오늘의 수입은 얼마이고 지출은 얼마였는지를 따져보는 심경으로 1년동안의 남북 관계 대차대조표를 따져본다.

먼저 큰 틀로써 남북한 관계 변화의 원칙문제. 남북한 관계 변화는 상호 의식의 변화와 그 결과로 나타나는 정치적 환경의 변화, 정치적 환경변화에 뒤따라 일어나는 제도의 변화, 정치적 환경과 제도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관행의 변화로 나타나야 진정한 변화라고 볼 수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남북관계 변화는 이같은 유기적이며 논리적인 과정이 바뀌어서 일어나는 일이 자주 있다.

의식변화 없이 정치적 환경변화가 가능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정치적 환경변화에 선행돼서 제도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는 경우도 있으며, 정치적 및 제도적 환경수준과 관계없이 관행은 관행대로 이루어져 가고 있다.
6ㆍ15 이후 1년간 남한 사회에서 남북 관계 개선 방법론을 두고 벌어진 첨예한 대립은 바로 이처럼 의식·환경·제도·관행의 유기적 연계와 논리적 단계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기 우리는 남북관계를 합리적으로 재 설정함에 있어서 정치적 환경이나 제도적 장치 구축에 힘을 집중하여 왔으며, 그 결과는 각급의 남북회담과 합의서를 창출, 각계각층의 교류와 대화, 경협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볼 수 있고 평가할 수 있는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환경 및 제도의 수준과 별개로 움직이는 비합리적 관행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와 성과들이 북한의 새로운 의식이나 사고의 변화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믿을만한 근거들이 대단히 미약하여 우리 내부에서는 아직도 논쟁이 분분하다.
남한 국민들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의식과 사고가 변하고 있다고 믿으려면 무엇보다 북한이 확실하고 공개적으로 입장변화를 천명하여 주는 것이 좋을텐데 아쉽지만 그것을 우리는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의식과 사고의 변화에 대한 명확한 믿음이 없는 속에서도 그동안 남북한은 지난 수십 년간 이루어낸 것 이상으로 많은 대화와 교류와 협력사례들을 만들어냈다.
결과만 보면 양적인 성장이 너무 커서 마음 뿌듯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과연 이것이 북한의 의식과 사고의 결과로 볼 수 없어 불안감 또한 증폭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마음은 최근 들어 북한이 약속한 합의사항들을 지켜주지 않거나 지체시키는 이중적 행동을 보면서 더욱 커진다.
남북 협력사업의 현장에서 고착되고 있는 관행들은 우리가 지난 기간 이루어놓은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무색케 할 정도로 비합리적이다.

북측의 지나친 경제적 과욕과 남측의 비경제적 과욕이 합치되어 일어나고 있는 경협현장의 비합리적 관행들 중에는 막대한 추가비용을 지출케 하여 경협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없게 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먹이사슬 마냥 엉켜서 돌아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성과가 있었으나 더욱더 혼란스러웠던 지난 1년간의 남북관계를 돌이켜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남북관계가 본질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순차적인 단계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확실한 입장표명으로부터 출발하여 과정과 결과들이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도록 연계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으로서는 그러한 과정이 되도록 떳떳하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ㆍ전 김일성대 상급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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