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 1척이 지난 13일 밤 또다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김동신 국방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 선박이 영해나 NLL을 다시 침범할 경우 직을 걸고 무력대응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수수방관하면서 소극적 대응을 했다. 일각에서는 군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기본임무 수행마저 일일이 권부의 「결재」를 받아 시행한다고 비판한다. 안보원칙에 충실해야 할 강군이 대표적인 「무소신 안보관료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판이다.



군 소극 대응 =군 당국은 북한 선박이 NLL을 침범하기 5시간 반 전 레이더로 남하사실을 포착했다. 그러나 NLL 침범을 막기 위한 밀어내기 작전이나 경고사격 등 적극 대응을 하지 않았다. 통신으로 검색을 한 뒤 『북쪽으로 되돌아가라』는 경고를 세 차례 했을 뿐이다. 북한 선박은 이를 무시하고 NLL남쪽 5마일 지점에서 선수를 동쪽으로 돌렸다. 이후 수시간 동안 계속 우리 해군 작전구역내를 운항했는데도 해군은 「점잖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군 당국은 “북한 선박이 더이상 남하하지 않고 동쪽으로 항로를 바꾼 것이 바로 우리 군 요구에 순응한 것”이라면서 “교전규칙(경고에 순응하면 무력사용 자제)에 따라 강력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미 북한선박은 6월 들어 NLL침범을 다섯 차례나 저질렀고 우리 군은 항상「묵인」으로 일관했다.

북한의 의도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한 떠보기와 흔들기 차원에서 「저강도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본다. 서주석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우리의 대응수준 등을 떠보고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정치·군사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동해 NLL이 매우 길어 국제법상 강경대응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악용하고, NLL을 무력화해 단축항로를 만들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북한이 계속 NLL 무력화를 위한 「도발」을 계속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가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북한은 이를 악용할 것』이라며 『장관이 공언한 대로 강력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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