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제주항로 '이면합의설' 추궁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가 작년 6·15 남북협상에서 이미 결정됐다는 북한 선박의 교신내용(본지 14일자 1면)이 보도되자, 14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는 발칵 뒤집혔다.
야당은 “우리 해군 및 해경 함정과 북한상선간 교신내용은 6·15정상회담에 밀약 또는 이면합의가 있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추궁했고, 여당은 “있을 수 없는 억측”이라며 반박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승국 의원이 “조선일보에 보도된 교신내용이 맞느냐”고 김동신 국방부 장관에게 묻자, 김 장관을 대신해 답변에 나선 국방부 관계자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 한나라당 의원들 강력 비판
문제의 통신교신 내용을 입수한 당사자인 박세환 의원은 북한 청진2호와 우리 측 해군·해경 함정과의 통신교신 내용을 공개하면서 밀약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북한 선박은 교신과정에서 ‘작년 6·15 북남협상 교환시 제주도 북단으로 항해하는 것은 자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으로 결정된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며 “이는 제주해협 통항을 6·15 정상회담에서 이미 밀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북측은 ‘각종 항해 침로는 상부 지시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제주북단으로 항해하겠다’고 당당히 말했다”며 “밀약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군이 이해 못할 정도로 미온적 대응을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강창성 의원도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국방장관은 정치논리에 밀려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국방장관은 북한당국과의 이면합의에 대한 NSC의 묵시적 인가를 즉각 중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국 의원도 “(북한선박이) 지금까지 한 모든 과정이 우리와 합의된 사항으로 오해할 소지가 많다”면서 “국민들은 (해군이) 98년 연평해전 때는 아주 잘 했는데 이번 영해침범 사태에는 왜 그렇게 못 했는지 혼란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재문 의원은 “우리 어선은 NLL(북방한계선)을 넘었다가 탄환세례를 받고 구사일생으로 겨우 도망쳐 왔는데, 우리는 영해까지 침범한 북한선박을 변변히 손 한번 쓰지 못하고 그냥 돌려보냈다”며 “감상적 대북포용은 곧 총탄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연숙 의원은 “햇볕에 오히려 우리 군인들이 군복을 벗은 것이냐”고 비판했다.

◆ 민주당 의원들의 반박
유삼남 의원은 “이면합의설이 나도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6·15 공동선언에 그런 내용은 한 구절도 없다”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또 “북한상선이 영해를 침범했지만 오염물질 투기, 정보수집 등 정선을 당할 만한 조건은 없었다”면서 “이번에 영해를 통과한 북한선박은 국제적으로 등록돼있는 상선이며 정해진 항로를 무해통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달 의원은 “해상에서 어선들이 조업을 하다가 넘지 말아야 할 NLL을 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며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남북 동일면적의 ‘평화수역’을 설정해 남북 어선들이 자유롭게 조업을 하면 불필요한 군사적 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윤영신기자 ysyoon@chosun.com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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