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밝혀진 우리 해군 및 해경 함정과 영해 침범 북한 선박들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북한 선박은 “영해 통과 문제는 6·15 때 합의된 것”이라면서 “민족끼리 왜 방해를 하느냐. 도발하지 말라”는 주장을 거듭했다. 이는 북측의 영해침범이 남측 현 정부를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음은 우리 함정과 북한 선박들과의 교신내용 요약.

◆북측 청진2호와의 통신내용(2일 낮 12시45분~3일 오후11시)

(우리측)수원함=홍도해협 통과는 곤란하다. 제주도 남단으로 항해해 달라.

청진2호=왜 통과할 수 없나(음성이 높아짐). 제주 남단은 폭탄투하구역이라 멀리 돌아가야 한다.

수원=제주 남방해역에는 폭탄투하구역이 없다. 우리가 안전하게 안내할 예정이다.

청진2=우리 침로(針路)에서 비켜주시오(상당히 고조된 억양으로). 본사 지시는 홍도찬넬(채널)을 경유하여 제주북단으로 항해하라는 지시다(고조된 억양으로).

수원=본사에 다시 연락해 제주 남방으로 항해토록 협조 바란다.

청진2=우리 본사는 그대로 무조건 제주북단으로 항해하라는 지시다.

수원=제주북방 항해문제는 다음에 별도 협의해야 할 것이다. 통과가 불가하니 협조해달라.

청진2=국제통항법대로 영내 통과하겠다. 같이 항해해주면 감사하겠다.

수원=제주북방은 영해이니 남방으로 항해해달라.

청진2=영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국제법에서는 우리 배 같은 큰 배는 통과가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수원=제주북단 항해에는 재협의가 필요하다.

청진2=작년 6·15 북남 협상 교환시에도 제주도 북단으로 항해하는 것은 자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으로 결정된 것을 잘 알고 있다.

수원=사전협조 및 통보가 되지 않았다.

청진2=방해하지 말아달라.

수원=제주북단으로 항해하지 말고 기본 침로를 유지바란다.

청진2=...

수원=제주 북방은 영해다.

청진2=단독으로 항해하는 것이 아니며 각종 항해 침로는 사전에 상부와 연락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제주북단으로 항해하겠다.

수원=모든 상선은 연안국 군함의 요구에 따라 주는 것이 국제관례다.

청진2=김정일 장군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임무성과를 기원하고 있다. 이 항로는 김정일 장군이 개척해주신 것으로 변경이 불가능하다.

(6월 3일 오전 8시 서해 NLL 통과전)수원=소흑산도 남쪽을 통과해 항해하라.

청진2=한번 보자. 본사에 문의하고 결심하겠다.

수원=귀선 침로는 아국 영해다.

청진2=본사지시가 그대로 가라는 것이다. UN 지원물자를 싣고 있어 모두들 기다리고 있다. 이 항로는 조국에서 그어준 항로다.

수원=그쪽으로 항해하는 것은 위험하니 소흑산도 남방으로 가라.

청진2=본 항로는 선장 개인이 결정한 것이 아니고 조국에서 설정하고 본사에서 지정했기 때문에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하다. 우리는 이 항로로 가야한다.

(우리측)양만춘함=현 침로 유지시 해군함정 훈련구역으로 항해하게 돼 위험이 예상된다. 우회하라.

청진2=우리 조국에서도 그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현 침로, 매시간 위치, 속도, 그리고 남측 해군함정 4척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매시간 보고하고 있다.

양만춘=사전 승인없이 백령도 남단 통과는 불가하다. 안전문제도 귀선이 책임져야 한다.

청진2=6·15 공동성명에서 서울~평양 항공편이 개통되어 있고, 북남회담 이후 모든 것이 잘 풀려가는 조건에서 해상에서 이러면 아주 좋지 못한 것이 될 것이다. 가는 길을 방해하지 말아달라. 배들(6척)이 너무 많이 따라오는 것은 좋지 않은 현상이다.

양만춘=사전승인 없는 항해는 절대 안된다.

청진2=같은 민족끼리 양해바란다. 6·15 공동성명 등 화해분위기 속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측)2전단=대규모 해상훈련을 실시중이다.

청진2=무역선에 대해 기동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당신들의 무례한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이 침로는 공화국이 그어준 침로다.

2전단=남북간은 정전상태고, 해상항행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 정전협정 이후 이 해역은 북한 상선이 통과한 전례가 없었다. 무해통항만을 주장하는 것은 불법이다.

청진2=이 사항을 조국에 다시 문의하겠다.
(청진2호는 제주 북방을 침범한 뒤 북방한계선을 침범하지 말라는 우리측 군함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4일 오전 11시5분쯤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를 가로질러 북측으로 넘어갔다).

◆북측 령군봉호와의 통신내용(2일 오후 4시46분~7시35분)

(우리측)공주함=무해통항은 불가하다.

령군봉호=타국적 선박들은 통행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 그대로 가겠다. 같은 민족끼리 왜 자꾸 무리한 요구를 하느냐.

공주=외해로 이탈해달라.

령군봉=대한민국 해군의 요구에 절대 응할 수 없다. 본사의 지시나 허가없이는 침로를 변경할 수 없다. 본선이 가는 수역은 통항가능 해역이니 계속 항해하라는 지시다(전혀 동요없는 일상적 억양으로). 정말 같은 민족끼리 왜 이러느냐.

공주=본국 관할수역을 조기 이탈해주기 바란다.

령군봉=본선은 민간선박으로 하루 빨리 대련항으로 가서 조국의 농사에 필요한 비료를 싣고 돌아가야한다. 조국의 번영을 위해서도 도와달라.
(령군봉호는 해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제주 북방을 항해하다 2일 오후 8시20분쯤 흑산도 서남쪽 46.8㎞ 지점에서 서해 공해상으로 빠져나감).

◆대홍단호와의 교신내용(4일 오후 5시~5일 오전 1시30분)

공주=영해진입은 불가하다.

대홍단호=본선은 본사 지시에 따라 갈 것이다. 자꾸 우리 길을 막지 말아 달라. 이러면 도발이다. 6·15 공동성명에도 명시돼 있듯 민족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도 막지말라. 같은 민족끼리 서로 화합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공주=그 사항은 여기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 제주도를 우회하라.

대홍단=...

공주=영해침범이다. 침로 변경바란다.

대홍단=6·15 공동성명후 통일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귀선이 방해하는 것은 도발행위에 해당한다.

(우리측)해경 1006호=남측 당국자들의 검색 의사를 본사에 타전해서 그 의사를 받아주면 좋겠다.

대홍단=이미 배를 절대로 세우지 말라고 본사에서 지시했다.

해경 3002호=제주해협을 통과하려고 하면 검색을 해야한다.

대홍단=제주해협은 국제해협이고, 우리가 민간선박이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

해경 3002=선장 권한으로 본인의 방문을 허락해달라.

대홍단=그렇게 할 수 없다. 민간선박에 군함이 올라온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해경 3002=재차 정선을 요구한다. 응해달라.

대홍단=안전까지 보장해준다니 고맙다. 하지만 이제와서 이렇게 한다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

해경 1501=국제해협이라 주장하지만 50년동안 사용하지 않았다. 절차를 밟아라.

대홍단=여태껏 안그랬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하는게 좋다. 절차를 확인해서 서로 절차를 세우자.

해경 1501=국제법에 따라주기 바란다.

대홍단=난 국제법을 따르고 있고, 본사의 뜻이라 추후 배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겠다.

해경 1501=일단 정선하라. 검색에 응해주기 바란다.

대홍단=국제해협을 통과하면서 왜 검색을 받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증거가 명백해야한다.

해경 3002=귀국은 50년간 항해를 안하다가 갑자기 왜 영해를 침범했느냐.

대홍단=이유는 없다. 단지 국제항로를 따라 항해할 뿐이다.
(대홍단호는 제주해협을 침범한 뒤 공해상으로 벗어났다가 6일 오후 4시45분쯤 동해 북방한계선을 통해 귀환함).
/윤정호 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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