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사상 처음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과의 '인권대화'에 태용호 외무성 구주국장 대리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파견했다.

북측 대표단장인 태 국장 대리의 북한내 직책은 외무성 8국(일명 서구라파국)의 EU담당 과장으로 전해졌으며 그외 단원들의 신상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번 인권대화에 현 의장국인 스웨덴과 차기 의장국인 벨기에, EU 집행위에서 각각 국장급 관리를 파견한 EU측과는 달리 북한은 비록 공식직함이 국장대리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과장급인 태 단장을 보냈고 더구나 그가 인권전문가가 아닌 서유럽 전문가라는 점에서 이번 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즉 북한이 대화 의제인 인권문제보다는 EU와의 대화 자체에 관심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에 대해 '북한내에서는 인권침해가 전혀 없다'고 일축해 오다가 지난 5월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북 때 처음으로 인권대화에 응하기로 했다.

북한이 이번에 그들로서는 매우 민감한 인권대화에 나선 것은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비켜가면서 국제적으로 이미지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오랫동안 서유럽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해 온 북한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호전되고 있는 EU와의 관계를 훼손하고 싶지 않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이 EU와 인권관련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선언적 의미일 뿐 북한이 내부의 인권침해 현상을 인정했거나 그에 대한 외부세계의 간섭을 허용한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EU측도 이번 대화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인권을 논의하는 대화의 장에 북한을 끌어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 북한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태 구주국장 대리는 올해 40세로 북한 외무성 내에서 손꼽히는 서유럽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탈북 외교관들에 따르면 그는 가정배경에 힘입어 고등중학교 재학 중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1995.2사망), 허담 전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1991.5사망) 등 고위간부 자녀들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가 영어와 중국어를 배운 뒤 귀국해 평양 국제관계대학(5년제)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외무성 8국에 배치된 그는 곧 바로 덴마크어 1호양성통역(김 총비서 전담 통역 후보)으로 뽑혀 덴마크에 유학했으며 지난 93년부터 주 덴마크 대사관 서기관으로 활동하다 90년대 말 덴마크 주재 북한대사관이 철수함에 따라 스웨덴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바로 귀국해 EU 담당 과장으로 승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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