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20~29세)세대는 ‘코멘트족(족)’이다.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세대다. ‘386 광주 술판’과 ‘장원씨 성추행 사건’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큰 일이 터질 때마다 2029 사회는 와글와글 시끄럽다. 무엇보다 PC통신과 인터넷 등장으로 언로가 확 트였다. 이런 신기술에 적응 빠른 2029는 사이버 공간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사회 문제는 물론 연예·스포츠까지 대상도 다양하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2029의 관심은 사이버세상에 즉각 이어졌다. 코멘트족들은 이 역사적 사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않으면 금방 세상이 끝날 것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며칠 사이 ‘프리챌’ ‘싸이월드’ ‘다음’ 등 인터넷 동호회 모임 사이트에는 수십개의 북한 관련 모임이 만들어졌다. 지난 10일까지 회원수가 95명에 불과했던 ‘남북정상회담 이야기(cafe.daum.net/613)’ 사이트는 18일 현재 회원수가 500여명으로 폭증했다.

‘북한 열풍’은 PC통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남북의 평화적 공존을 향한 첫발을 놓았다”, “김정일 위원장의 변모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등의 긍정적인 평가에서부터 “김정일 위원장을 지나치게 미화했다”, “한 편의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등 부정적인 평가까지 2029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이 게시판에서 불꽃튀는 격론을 벌이고 있다.

‘386 광주 술판 사건’이나 ‘장원 씨 사건’도 2029 코멘트족의 격렬한 반응만 아니었어도 이만큼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2029 코멘트족의 존재는 신문·방송 기사 스타일까지 바꿔버렸다. 예전엔 큰 사건이 나면 ‘시민 누구누구는 이렇게 말했다’는 식이었는데, 요새는 ‘네티즌(아이디 누구누구)은 이런 글을 올렸다’는 투로 기사문장이 변했다.

2029 코멘트족 관심도 다양하다. 20대 회원이 많은 음식ㆍ요리 사이트 ‘헬로우 쿡’. ‘우리동네 맛난집’ 코너를 보면 ‘맛 평론가’들의 글이 올라있다. 맛 있는 냉면집부터 칼국수, 활어 횟집까지 식당 안내가 올라있다. 반면 서비스가 나쁘거나 맛이 없으면 냉정한 비판 도마 위에 오른다. 대학 학생회가 운영하는 PC게시판에도 대학가 맛있는 집, 없는 집 순위가 매겨지고, 서비스 점수가 공개된다.

연예계도 2029 코멘트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고시 준비생 김희갑(26)씨는 몇년전 가수 김민종의 ‘귀천도애’가 표절곡이라고 PC통신을 통해 주장, 결국 김민종의 한시적 가수 은퇴선언을 낳게 했을만큼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인터넷 PC통신에 조성민·최진실 결혼 뉴스도 요즘 활발히 뜨고 있는 소재다.

2029 네티즌 ‘파워’가 돋보이는 또다른 곳은 소비자 운동 영역. PC통신의 여러 게시판에는 각종 ‘불량제품’에 대한 고발 사례가 이어지고, 관련 제품 불매 운동을 주도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국내 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거듭되는 2029 네티즌들의 항의에 못 이겨, ‘눈에 보이는 접속 품질 개선이 있을 때까지 특정 지역에서의 가입자 유치를 중단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투덜이’(www.tooduri.co.kr)는 맘껏 불만을 투덜댈 수 있는 사이트다. ‘불만 대상 디렉토리’는 대한민국정부(대통령, 국무총리, 행정기관 등), 재벌, 벤처기업, 환경, 성차별, 교육, 신문, TV, 라디오, 영화, 음악, 연예인, 야구, 외국, 국제기구, 사법제도, 판사, 검사, 의료, 시민단체, 웹 사이트 등으로 구분돼 있다. 애인, 친구, 직장 동료에 대해 불만을 하소연 해도 되고 개인 문제를 한탄해도 된다. ‘주요 불만 대상’으로 분류된 항목은 주식투자, 국회의원, 실업, 의약분쟁, 재벌, 휴대폰 업체 등이다.

2029 코멘트족에 대한 비판도 그러나 만만치 않다. 서하준(26) 기아자동차 직원은 “20대들의 사이버 견해는 논리적인 것도 많지만, 걸러지지 않은 인신공격이나 독선적인 내용이 많아 역기능에 대한 대처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정적인 내용일수록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근거없는 비방이 때론 마구잡이로 확산된다. 한 386 문학평론가는 “게시판은 매번 뜨겁게 달아오르지만 주체가 있는, 제대로 된 논쟁이라고 볼 수 없을 때가 많다”며 “그저 배설구 노릇만 하는 게시판도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윤영민 교수는 “인터넷 토론의 등장은 기존 정치, 경제, 사회 질서를 바꾸고 있다”며 “이제는 전문성이 없더라도 누구나 발언의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토론, 사이버 토론의 주체가 꼭 20대라곤 할 수 없지만, 2029는 전세대보다 완벽한 인터넷 환경 혜택을 입었고 그만큼 사이버 공간에서 적극적”이라고 분석했다.



▲진성호 기자(81학번·팀장)

shjin@chosun.com

▲정재연 기자(91학번)

whauden@chosun.com

▲이위재 기자(90학번)

wjlee@chosun.com

▲김기홍 기자(90학번)

darma90@chosun.com

▲안용현 기자(93학번)

justi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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