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김순희(37.여)씨는 '북한 출신임이 확실하다'고 탈북여성들의 모임인 `진달래회' 장인숙(60) 회장이 9일 말했다.

탈북난민 실상 강연차 LA를 방문중인 장 회장은 이날 저녁 샌디에이고에서 김씨를 만나 2시간여동안 얘기해본 결과 '김씨가 함경북도 무산-청진 사이의 역이름과 청진내 대학들에 관해 잘 알고 있었으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도 기억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장 회장은 또 김씨가 '`장백산 줄기줄기...,'로 시작하는 김일성장군노래와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으로 시작하는 북한 국가를 부를 줄 알았으며 탈북 전 북한실상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김씨의 어투가 중국 옌볜(延邊) 말과 비슷하다는 지적 등에 대해 '옌볜과 함북은 말투가 비슷하다'면서 '가석방된 뒤 인민학교(초등학교)를 소학교로 말한 것은 6년간 옌볜에서 살면서 헷갈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함북 부령(청진 인근) 출신으로 지난 97년 9월 탈북, 한국에 정착한 장 회장은 '김씨가 대화 도중 나를 `엄마'로 부르고 울기도 했다'며 '평양 출신들은 `어머니'라고 표준말을 쓰지만 함북에서는 `엄마'로 부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장 회장과 이재권 탈북난민보호 유엔청원운동본부 남가주지부 사무총장, 김씨 보호인 한모씨 가족과 한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한씨는 '김씨가 김밥을 싸는 등 전보다 밝고 명랑해졌으나 아직도 긴장하고 있으며 신분 노출로 북한 가족들이 처벌받을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 94년 북한을 탈출, 6년동안 옌볜에서 숨어살다가 작년 11월 홍콩.필리핀을 거쳐 멕시코 국경에서 샌디에이고로 밀입국하다 체포됐으나 한씨 등의 도움으로 정치망명을 신청하고 지난달 8일 가석방돼 현재 미 이민법원의 망명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지난 5월31일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된 `탈북자' 한모(33)씨와 김모(31)씨는 8일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장 회장과 면담후 심정변화를 일으켜 `조선족'임을 시인한 후 임시거처였던 한 한인교회로부터 잠적했다.

장 회장은 한.김씨에게 '북한인이면 누구나 아는 김일성장군노래와 북한 국가를 불러보게 하고 나진.선봉과 회령에 한개씩만 있는 대학 이름 등을 대게 해보았으나 (이들이) 노래도 못부르고 대답도 못해 북한출신이 아님을 바로 느꼈다'고 말했다.

무료변론을 맡아온 김유진 변호사는 '두 사람이 조선족임을 시인했기 때문에 탈북자로서 정치망명을 신청하기 어려워졌다'며 '오는 8월로 예정된 추방심사에 출두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이 떨어지고 붙잡힐 경우 중국으로 추방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들의 거짓말로 인해 진짜 탈북자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경우 이민국으로부터 의심을 사는 등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로스앤젤레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