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의 ‘6·15 공동선언’으로 스포츠의 남북 교류가 급한 물살을 타고 있다. 축구와 탁구 등 새 시대를 맞은 스포츠 각 종목들의 분주한 준비상황을 점검해본다.

◆축구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북한에서 경·평축구를 얘기했더니 김정일국방위원장이 ‘경·평축구는 과거부터 유명한 시합으로, 부활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위원장이 스포츠 분야에서 이처럼 확실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힌 것은 경평축구가 유일해 서울·평양간 교환경기는 조만간 구체화될 조짐이다.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도 이날 축구협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장웅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등에게 아시안컵 및 2001년 세계청소년대회 단일팀 구성, 남북한 대표팀 교환경기, 2002월드컵 분산개최를 제안했으며 실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북측의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정회장은 “가급적 빠른 시기에 오완건부회장을 통해 평양이나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과 실무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홍헌표기자

◆탁구

‘제2의 코리아팀’을 향한 첫 걸음은 어린이 탁구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대한탁구협회 초등학교연맹(회장 백명윤)은 “8월20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교보생명컵 동아시아 호프스 탁구대회에 북한 어린이들을 초청키로 했다”며 “통일부 승인이 떨어졌기 때문에 곧 초청장을 보낼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초등연맹은 또 중국탁구협회가 호프스대회를 앞두고 8월 2~7일까지 중국 선양에서 남북한과 중국 일본 등 4개국이 참가하는 합동훈련을 갖자고 제의해 옴에 따라 임원과 선수 14명을 파견키로 했다.

대한탁구협회 측은 이날 상임이사회를 열고 협회내에 ‘국제위원회’를 구성, 호프스대회를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의 남북 교류 및 단일팀 구성을 지원키로 했다.

/김동석기자

◆태권도

스포츠교류는 국기(국기) 태권도도 예외가 아니다. 김운용 대한체육회 회장은 평양에서 장웅 북한 IOC위원겸 체육성 부상(차관)으로부터 “태권도로 손을 잡을 일이 있다”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북한은 각각 태권도의 종주국으로, 한국은 세계태권도연맹(WTF), 북한은 국제태권도연맹(ITF)이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시범단이 교차방문해 각종 품새와 격파, 기술 등을 보여주면서 남북 태권도의 거리를 좁혀갈 수가 있다.

친선경기는 경기방식이나 규칙이 달라 당분간은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 WTF 이금홍사무총장은 “시드니올림픽에서도 대회 조직위와 IOC와의 협의를 통해 북한에게 와일드카드를 배당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옥대환기자

◆농구

대한농구협회(회장 이종완)는 오는 10월 농구대잔치에 앞서 개최하는 국제농구대회에 북한팀을 초청할 계획이다. 이 대회는 미국(캘리포니아주 대학선발팀) 중국(8·1팀) 크로아티아(군인선발팀) 러시아(유닉스 카잔팀)와 남북한 등 6개팀이 경기를 벌일 예정. 이 회장은 “지난해 현대농구단 방북 때, 북한농구협회측에 초청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왕근기자

◆빙상

빙상 교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장명희 ISU(국제빙상연맹) 집행위원 등 대한빙상연맹 관계자 5명은 지난 12일부터 캐나다 퀘벡 ISU총회에서 북한대표들과 만나 비공식적으로 교류방안을 모색중이다. 한국관계자들은 “매년 평양에서 열리는 백두산국제피겨대회(초청대회)에 우리도 초청해달라”고 부탁했으며 “내년 3월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세계쇼트트랙선수권에 출전한다면 경비지원은 물론 한국에서 생산하는 양질의 용품을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측은 이에 대해 “앞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할 일이 많지 않겠느냐”는 말로 적극 검토할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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