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15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도착보고를 하면서 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서명한 남북공동선언에 대해 항목별로 설명했다.

▲공동선언 정신=우리가 정신차려서 협력하지 않고 싸운다면 어떻게 되겠나? 어떤 일이 있어도 더 이상 적화통일도 안 되고 흡수통일도 안 되고 공존공영해 나가면서, 그래서 통일로 가는 길로 임해야 한다. 21세기 세계의 한반도를 만들자는 것을 북한에 역설했는데, 그 분들도 공감을 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렇게 말씀드리지만, 모든 것이 잘 되고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저는 가능성을 보고 왔다.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성의가 필요하다. 역지사지 입장에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안보, 대한민국의 주체성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되, 상대방의 입장도 생각해서 협력하고, 쉬운 것부터 종국에는 통일의 길로 나가는 것이 옳은 길이다. 이번에 북측에 대해 ‘서로 하고싶은 말을 다하자’ 하면서 내가 하고싶은 말의 요지를 문서로 만들어 줬다.

핵, 미사일 문제를 이야기했다. 국가보안법, 미군 문제도 나왔다. 그 대화가 매우 유익했으며 아주 좋은 전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국민들에게 발표한 남북 공동선언에 대해서 몇 가지 말하겠다.

▲남북문제의 자주적 해결(공동선언 1항)=7·4 공동성명에도 있다. 북한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우리 문제는 우리끼리 자주적으로 해 나가자. 그러나 7·4 공동성명 이후 28년 동안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 92년 남북 합의서 발표해서 화해, 불가침, 교류협력, 비핵화 선언했지만 안 됐다. 대원칙을 주장하던 7·4 공동성명이나 구체적인 방안을 한 기본합의서가 효과를 못 봤다면 이제 아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걸 보여주자. 이번 정상회담은 실천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옛날과 똑같이 민족·자주·평화해서는 세계도, 민족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 2항 이하에는 구체적인 이야기에 합의를 봤다.

▲통일방안(공동선언 2항)=2항은 2체제 2정부, 현재 그대로다. 양측에서 수뇌회의를 구성하고, 장관 각료급회의를 구성하고, 국회 회의를 구성하고, 합의기관을 만들어서 차츰차츰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것이 국가연합이다. 연방제는 처음부터 바로 외교권, 군대통솔권을 중앙정부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내정만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근자에 북한이 이를 수정했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란 이름으로 중앙연방이 갖겠다는 외교와 군사권을 지방정부가 그대로 가져도 좋다고 했다. 이것은 상통하는 점이 많기에 양측 대표가 앞으로 이 문제를 토론해 보자고 했다. 학자들도 오고, 전문가들도 오고, 우리 통일운동 사상에서 구체적인 합의점을 발견하기 위한 획기적인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이산가족 교환 방문(공동선언 3항)=8·15에 즈음해 방문단 교환하며 비전향 장기수 문제 해결한다. 어디까지나 실향민, 흩어진 이산가족의 문제가 첫째다. 오늘도 공항에 나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했다. “여러분들이 말한 대로 통 크게 한 번 하십시오. 먼저 잘 하시오. 그러면 장기수 문제도 내가 국민과 상의해 처리하겠소. ”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6월부터 적십자회담을 곧 가동한다. 적십자사에 요청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좋다고 했다.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가 그 범위가 얼마만큼 갈지 모르지만 상당한 규모에서 이 문제가 시작될 것이 틀림없다고 북한과 합의를 봤다.

▲경협 등 다방면의 교류(공동선언 4항)=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해서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체육 등의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증대하기로 했다. 북한의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으로 들어가서 전력문제를 해결하고 도로·항만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북한에 공단을 만들어서 해 나갈 때, 남한 내부의 경제가 한반도 내부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뿐 아니라 지금 우리 기차가 왜 런던을 못 가고 파리를 가지 못하나? 경의선, 경원선이 끊어져서 못 간다. 만주에서는 기차가 자유스럽게 가지 않나? 경의선은 25km에 불과하다. (연결하면) 물류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우리는 북한하고만 해결되면 유럽까지 승승장구 갈 수 있다. 한·일 해저터널을 열어 일본도 갈 수 있다. 새로운 실크로드가 열린다. 그 외에 북한의 노동력이라든가, 이것이 우수하다는 것은 여러 번 신문에 났다. 남한의 중소기업이 북한에 가면 경쟁력을 갖는다. 남북관계에서 철칙은 양측이 다 좋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가고, 화해와 협력이 있다. 윈·윈정책으로 나가야 한다.

▲남북 당국 간 대화(공동선언 5항)=이런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남북이 임명한 당국자들이 만난다.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는데 힘이 좀 들었으나 결국 김정일 위원장이 우리하고 합의된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것을 결심했다. 나는 “당신이 서울을 와야 민족이나 세계 사람들이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된다는 것을 안다. 1회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와야 된다”고 했다. “당신은 예절이 많으니까, 십여살 많은 노인이 이렇게 왔는데 당신이 안온다면 말이되겠느냐. ” 이런 농담도 했다. 북한은 다 같은 우리의 강산이고, 다 같은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다.

/홍석준기자 ud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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