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으로 다가올 것인가. 2020년, 인구 16억명의 중국은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군사력은 배가(배가)된다. 그 때 미-중, 일-중 관계의 지형은 어떻게 변하고,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중국을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나라, 미국의 중국 전문가를 통해 중국의 미래를 들어보았다. 지난해 12월10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중국학과장 데이비드 램튼(David M.Lampton) 교수는 특히 한국, 통일한국의 미래에서 차지할 중국의 위상에 대해 깊이있게 전망했다. /편집자

【워싱턴=주용중기자】

―중국은 정치개혁이 경제개혁에 못미치고 있는 모순구조를 안고 있다. 장기적으로 정치가 경제에 발맞춰 민주화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 계속 억압적 체제를 유지하면서 부패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데….

“중국 정치 체제에 많은 문제가 있고 경제 변화에 크게 뒤처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정치적 변화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1979년과 1999년의 정치체제 가운데 1979년쪽을 택하는 중국인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사법부는 아직도 공산당의 영향 아래 있지만 법적인 제도화가 점차 구축되고 있다. 마오쩌둥(모택동)은 인민들의 생각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정치 체제를 유지했지만, 장쩌민(강택민)의 체제는 반대를 막기 위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체제의 목표가 그만큼 줄었고, 자유를 위한 공간은 훨씬 커졌다. 내가 우려하는 점은 경제적 자유의 증대가 정치변화에 대한 폭발적인 요구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향후 10년간은 중국 정치체제 변화가 가장 주목해야 할 주제다. ”

―공산당 일당 독재와 이데올로기로서의 공산주의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으리라고 보는가.

“이데올로기로서의 공산주의, 즉 프롤레타리아의 승리라는 붉은 이데올로기는 이미 중국에서 죽었다. 중국에서 공산주의는 단지 1당국가의 존재를 의미한다. 말하자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정치구조의 측면에서 공산주의가 있을 뿐이다. 문제는 공산당이 언제까지 1당체제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인데, 서방의 일반적인 관측보다는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우선 공산당내에서의 점진적 변화와 다원주의화가 진행될 것이고, 1당 체제는 상당시간이 흘러야 극복되지 않을까 한다. ”

―다민족국가인 중국에는 중앙집권체제에 불만을 표시하는 소수민족들이 있고, 티베트와 신장의 독립운동은 고조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이 성(성)으로 분열될 가능성도 말하고 있는데….

“가까운 장래에 티베트나 신장, 혹은 다른 변방지역이 독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중앙정부가 통제력을 잃거나 붕괴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소수민족은 50개가 넘지만, 인구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95%가 한족(한족)이다. 빠르게 현대화하고 있는 95%와 변방과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중국 정부는 내수시장의 통합이 자신들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처럼 해체될 것이라는 얘기는 현실성이 없다. ”

―세계은행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현재의 6~7%를 지속하면 2020년에는 경제규모가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21세기의 어느 시점에서 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을 앞지를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게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생산성, 특히 정보산업의 생산성은 예상밖의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의 성장률은 과대평가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중국의 지방 관리들이 실적을 위해 수치를 과장 보고하는 게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은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

―72년 국교수립 이후 미-중관계는 마치 시계추처럼 갈등과 우호 관계의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클린턴대통령은 미-중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규정했으나 공화당의 부시 대선후보는 경쟁자 관계라고 언급했는데, 21세기 미-중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부시가 말한 경쟁자 개념은 적(적)과는 다르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모르지만 부시의 중국 정책도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미-중관계는 앞으로도 현재처럼 공조와 상충의 ‘혼합된 관계’를 유지할 것이 확실하다. 두 나라는 무역과 해외직접 투자의 증대, 한반도 평화 등 공통된 이해관계가 많지만, 미-일군사 동맹과 대만 문제 등에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미-중관계는 정원(정원)처럼 잡초를 뽑고 잘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 위험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크고, 군비경쟁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

―중국이 일정 시점에 이르면 패권주의를 드러낼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 중국이 장차 어떻게 행동할지는 불명확하지만 현재로선 국제사회의 큰 흐름에 동참하고 협력할 것이라는 좋은 징조들이 많다. 중국은 그동안 세계은행과 IMF의 충실한 멤버였고, WTO에 가입하기 위해 실질적인 양보도 했다. 92년 이후 한국과의 관계는 물론 러시아와 베트남, 인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도 증진되고 있다. ”

―중국의 대국화에 따른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을 점치면서,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방조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20세기 초반 일본의 군국주의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의 재무장과 핵무장화를 원치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은 유사시(북한과 문제가 생길 때 등) 일본이 미국을 어느 정도 돕기를 바라지만, 지역을 위협할 정도로 일본이 강하게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군사화로 인해 중국이 자극받는 상황을 미국의 입장에서는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또 핵알레르기가 있는 일본은 미국이 떠나지 않으면 미국이 안보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을 즐길 것으로 본다. 결국 일정 한도에서 일본의 군사력은 강화되겠지만 군사대국화는 일본도, 미국도 바라지 않으며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

―21세기 동북아의 다자안보와 다자 경제협력 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마디로 아시아권에서는 앞으로 20년동안 EU나 NATO 같은 공동체가 나오기 어렵다. 아마 50년, 아니 100년내에도 어려울 것이다. 유럽은 구소련이라는 동일한 위협이 있었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서로 다른 위협에 직면해 있다. 물론 지역간 협력은 점차 증진될 것이다. 마닐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일본의 오부치, 중국의 주룽지 총리가 함께 만난 것은 고무적이다. 경제와 안보를 논의하는 비공식적인 지역국가들의 모임이 활성화할 것이고 그것이 점차 기구화되겠지만 EU나 NATO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 ”

―중국은 정치는 북한과, 경제는 남한과 선택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변화하리라고 예상하는가.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바라지 않지만 두개의 한국이 공존하는 상황, 즉 분단을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남북한간 통일을 둘러싼 분쟁이 중국 국경 안으로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남한이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하더라도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통일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통일된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염려할 것이다. 통일한국이 미군을 철수하게끔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당신이 한국의 외무장관이라면 21세기 대중관계의 기본 전략을 어떻게 짜겠는가.

“(웃으며) 나는 미국을 위해 조언하는 사람 아닌가. 역사적으로 매우 위험한 이웃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은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중심축이 무엇인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가 적어도 한반도 차원에서는 경제와 안보에 공통된 이해관계를 갖도록 고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세 나라가 한국의 이익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합치되는 쪽으로 서로 어울려 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고래가 싸우면 새우등이 터지게 마련이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예컨대 만일 미-중간의 군비경쟁이 시작되면 한국의 안보지수는 하락하고 국방비용은 증가할 것이다. 한국이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명확하다. 또 통일후 한국이 미국, 중국과 모두 만족스러운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를 시작할 때가 됐다. 통일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고 미군이 주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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