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선 '해빙'발언...北선 영해침범

북한 선박들이 우리 영해를 동시다발적으로 침범,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당국자들은 남북당국 간 대화 재개가 임박했으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도 논의될 것임을 연일 시사하고 있다. 도대체 남북 간 물밑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가고 있길래 이런 냉·온탕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4일 “북한의 변화조짐이 있다”면서, “6·15 남북정상회담 1주년인 오는 15일 이전에 남북당국자 간 움직임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연내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의 실현이 불투명할 것이라고 하지만 김 위원장은 답방은 ‘반드시’ 이뤄진다”면서, “북한이 조만간 중대발표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중대발표가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서울상주 외신기자들과의 다과회에서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계기로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방문에 대한 확실한 스케줄을 밝혀주고, 이를 세계에 밝혀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과 연관성이 있는 것임을 시사했다.

임동원 통일부 장관도 5일 민주평통 운영·상임위원·지역협의회장 합동회의의 ‘대북정책추진보고’를 통해 “한반도 주변상황이 정리되고 있어 머지않아 남북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 간에 ‘보이지 않는’ 대화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같은 남북 간 ‘해빙조짐’이 실제상황이라면, 북한은 왜 영해 침범이라는 의도적인 ‘도발’을 며칠째 계속해온 것일까. 특히 우리 영해를 침범한 북측 상선이 우리 측과 무선교신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도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임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 당국자들은 이번 북측의 도발에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으려는 분위기이다. ‘의도적이지 않은 전혀 엉뚱한 이유에 의한 돌발적 행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참모까지 있다. 북한이 한반도 정전상황의 불안정성을 대내외에 보여줌으로써 남북대화와 미북대화에서 나름의 주도권을 쥐려는 것일 뿐,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대결적 자세로 돌아선 것은 아닐 것이란 해석인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해석과 기대는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 우리 정부의 기대처럼 쉽게 남북당국 간 대화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적어도 북측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와는 달라진 한반도 내외의 정세를 보면서 ‘양면전술’을 쓰는 것이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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